"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10대 정신건강에 유해' 알고도 방치"

페이스북이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고의를 이를 방치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최근 유명 인사들의 계정을 따로 관리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비난을 받는 페이스북이 이번 보도로 또 어떤 후폭풍에 휩싸일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우)의 자회사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좌). /AP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지난 3년 동안 인스타그램이 젊은 이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수 차례에 걸쳐 심층 조사를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조사를 통해 페이스북 경영진은 인스타그램이 상당수의 젊은 층, 특히 10대 소녀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페이스북 연구진은 지난해 3월 내부게시판에 올린 프레젠테이션 파일에 “10대 소녀 가운데 32%가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10대 소녀들이 인스타그램에서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묘사하는 지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소녀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끊임 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심리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19년 수행한 연구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불안감과 우울증이 증가한 원인으로 인스타그램을 꼽았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10대 가운데 영국 사용자의 13%, 미국 사용자의 6%가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스타그램은 다른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 비해 젊은 층의 이용 비율이 훨씬 높다.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40% 이상이 22세 이하로 파악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젊은 이용자들이 갈수록 줄어들어 하루 10대 이용자가 500만명 수준에 불과한 반면 인스타그램은 매일 2200만명의 10대가 접속하고 있다.

WSJ는 페이스북 경영진이 3년 간의 조사 끝에 인스타그램의 유해성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고위급 경영진은 이미 여러 차례 조사 결과를 검토했으며, 지난해에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019년 10월 23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오히려 페이스북은 조치는 뒤로 한 채 13세 이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스타그램 개발에 나서는 등 사업을 확장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최근 부실한 이용자 관리와 고객 형평성 문제 등으로 연일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페이스북은 이번 보도로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지난 13일에는 페이스북이 유명인들의 계정을 따로 관리하는 일명 ‘화이트리스트’를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페이스북은 ‘엑스체크(Xcheck)’라는 명칭으로 유명인들의 계정을 따로 만들어 관리해 왔다. 명단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브라질 축구선수 네이마르 등 지난해 기준 580만명에 달하는 유명인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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