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묻은 큰아들아! 부디 하늘나라에선 좋은 꿈 꾸기를..

기자 2021. 9.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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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무병장수하며 한 평생을 살고 싶어 하지만 생로병사의 희로애락 속에 뜻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다.

반면에 아들은 항암치료를 받은 것도 잠시, 날이 갈수록 건강이 악화해 기적적으로 소생하리라는 한 가닥 희망은 사라지고 발병 1년 만인 2012년 7월 25일 만 39세의 아까운 나이에 운명하고 말았다.

생전에 아들의 말에 의하면 조기에 암을 발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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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정재훈(1973∼2012)

누구나 무병장수하며 한 평생을 살고 싶어 하지만 생로병사의 희로애락 속에 뜻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부터 이야기는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식 농사는 나도 남 못지않게 했다고 자부해 왔지만 지금 와서는 벌을 받은 기분이다. 2남 1녀를 두고 순서에 따라 큰아들부터 결혼을 시켜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면서 중등 교장으로 퇴직한 사돈 될 사람으로부터 자녀들을 서로 만나게 해보자는 청혼이 들어왔다. 큰아들은 곧 결혼식을 치르고 귀여운 아들도 낳고 S반도체 책임연구원으로 착실하게 근무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 나갔다.

그러던 2011년 6월 어느 날, 며느리의 생일기념으로 둘이서 외식하는 도중 아들이 먹은 음식이 식도에서 받지 않았다. 심각하게 여겨 다음 날 급히 병원에 갔다가 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됐다. 헐레벌떡 상경해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주치의는 위암 말기 라며 수술은 할 수 없고 앞으로 3개월밖에 생명을 보장 못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이때부터 아들은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처음 몇 개월은 호전되는 듯한 증세를 보였다. 아들은 “저는 절대로 죽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고향인 제주로 내려온 후 나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의사로부터 위 입구에 2㎝가량의 암세포가 발견돼 곧 위 전체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무런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소화도 잘돼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왜 멀쩡한 위를 도려내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인근 병원에 가서 일주일간 입원하면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역시 같은 진단이 내려졌다. 결국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와 위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워낙 초기에 암세포를 발견했기에 항암치료 없이 처방 약으로만 진료를 받아왔는데 9년이 지난 지금 정상적으로 활동하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아들은 항암치료를 받은 것도 잠시, 날이 갈수록 건강이 악화해 기적적으로 소생하리라는 한 가닥 희망은 사라지고 발병 1년 만인 2012년 7월 25일 만 39세의 아까운 나이에 운명하고 말았다.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생전에 아들의 말에 의하면 조기에 암을 발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2011년 위암 4기 진단을 받기 전 2006년부터 위축성 위염, 표재성 위염 등 만성 위염 증세가 있었음에도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들이 30세에 이르렀을 당시 1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철저히 받아야 한다고 왜 말 한마디 못했을까? 가족이 방심한 것 같아 후회막심이다. 돌이킬 수 없는 안타까움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재훈아! 가끔 아버지는 꿈에 네가 나타나면 꿈이 현실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좋은 꿈 꾸고 네가 못다 한 일은 손주 아이가 성취하도록 양육하는 데 전력을 다할 터이니 영생 복락을 누리며 편히 쉬길 바란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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