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道 전도사'로 소문.. "'선생님, 차 한잔해요' 애들이 먼저 마음 열죠"

최준영 기자 2021. 9. 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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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경기 남양주시 조안초의 한 교실에서 박하얀(오른쪽 첫 번째) 교사가 차 생활 동아리 ‘다화’ 소속 학부모들과 함께 다도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경기 남양주 조안초등학교 박하얀 교사

아이들 산만한 태도 해법 고심

차 생활·명상 교육현장에 접목

진솔한 대화 여는 매개체 역할

정서발달·학업능력 향상 도움

일부 학부모 ‘차 동아리’ 구성

“차 마시며 자녀와 소통… 보람”

“아이들이 ‘선생님 차 한잔해요’라며 저를 먼저 찾는 경우가 있는데, 단지 함께 차를 마시고 싶어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저와 진솔한 대화를 원한다거나 친해지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마음에 노크하는 것을 잘 알기에 저도 마음의 문을 열고 맞이하지요.”

경기 남양주시 조안초의 박하얀(여·44) 교사는 교내에서 이른바 ‘차 전도사’로 유명하다. 평소 차 문화 연구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에서 관련 박사 과정을 밟았고, 중국 현지나 전남 보성 등 국내외 현장답사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차 생활과 명상 등을 교육 현장에도 적극적으로 접목해 학교 안팎에서 교육적 효과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박 교사는 15일 “차는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사이 등에 경제적·심리적 부담 없이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한다”며 “특히 극적인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 사이의 소통과 이음에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교직 생활을 시작한 박 교사가 차 문화에 본격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6년 전쯤 어린 아들이 다소 산만한 경향을 보인다고 판단한 뒤부터다. 어떻게 아들의 산만한 태도를 고칠 수 있을까 고심하던 중 평소 자연식에 관심이 많았던 점에 착안해 차 생활과 명상을 대책으로 삼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들의 학습 태도와 집중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던 것. 박 교사는 “아들이 차 생활과 명상으로 성취감이 높아진 경험을 통해 이를 일선 교육 현장에도 접목한다면 학생들의 건강과 정서발달, 학업능력 향상 등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며 “전통적으로 다도 교육을 중시하는 일본의 경우 이를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게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면을 살려 효과적인 교육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박 교사의 이 같은 교육 방식이 호응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차 문화가 특히 발달한 중국의 각종 차를 소개하자 일부 학부모로부터 ‘사대주의 교사’라는 비판이 빗발쳤고, 이에 녹차 등 한국 차를 추천하자 ‘카페인 교사’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전 학교에서 몇몇 동료 교사도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다도 교육을 준비하는 그를 보며 “유난스럽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 때문에 언제까지 교직 생활을 이어가야 할지 회의감도 들었지만, 확신을 갖고 교육 방침을 밀고 나간 끝에 조금씩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평소 감정 표현이 서투른 아이들에게 차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표현하자 소위 삐딱했던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박 교사는 “평소 아이들에게 예의와 배려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보통 애정결핍이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거친 경우가 많다”며 “이런 아이들에게 ‘오늘 선생님이랑 차 한잔할래? 그러면 특별히 너에게만 좋은 차를 줄게’ ‘차 고르는 안목을 보니 너 참 미식가구나’와 같은 관심을 표했을 때 아이들이 마음을 풀고 진심으로 소통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차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일부 학부모에게까지 전해진 것에 큰 의미를 뒀다. 차 생활의 의미와 기쁨을 알게 된 조안초 일부 학부모가 주축이 돼 만든 동아리 ‘다화’가 남양주시에서 지원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사업비까지 지원받게 된 것이다. 다화 구성원들은 매주 차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고 학교 텃밭에서 허브 등을 키워 차로 만들며, 다양한 차를 섞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갖췄다는 전언이다.

박 교사는 “함께 편하게 차를 마시던 것에서 시작해 이제는 수준 높은 실력과 지식을 갖추게 된 학부모들이 배움을 확장한 후 다시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선순환의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특히 가정에서 자녀들과 차를 마시며 소통이 늘었다거나 이웃 학교에까지 강사로 초빙돼 차 문화를 전파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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