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백기 들었는데..공정위의 뒤늦은 구글OS '철퇴'

김정현 기자 2021. 9. 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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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로 시작한 뒤 경쟁 OS 개발 차단한 구글
"구글 AFA 구속 사라지면 韓 제조사 혁신 시도 가능"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운영체제(OS) 독점을 정조준했다.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운영체제(OS) 독점을 정조준했다. 모바일·스마트기기 제조사(제조사)에 안드로이드 변형 운영체제(포크 OS) 사용을 차단한 구글에 14일 2074억원의 과징금과 시정조치가 부과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미 구글과의 협업을 강화하기로 결정했고 LG전자도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마당에, 때늦은 공정위의 제재의 영향이 크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픈소스 내세우더니…사전접근권으로 제조사 구속한 구글

구글은 지난 2008년 별도 계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안드로이드OS를 선보이며 스마트 모바일 OS 시장에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그러나 구글은 확고한 글로벌 점유율을 확보한 2011년부터 '파편화 금지 계약'(AFA)를 통해 경쟁 OS의 시장진입을 방해했다. 특히 안드로이드OS의 최신 버전에 대한 소스코드 접근권인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제조사들을 과도하게 구속했다.

공정위는 특히 구글이 강제한 AFA 체결을 문제 삼았다. 구글의 AFA에 따르면 제조사들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모든 스마트기기에 포크OS를 탑재하거나 포크OS를 개발할 수도 없다. 구글은 포크OS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도구(SDK) 배포도 금지해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아닌 앱 생태계 출현도 막았다.

삼성전자가 'IFA 2013' 전시회 개막에서 앞서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개최한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IM 부문장 신종균 사장이 '갤럭시 기어'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3.9.5. ⓒ뉴스1

◇2013년 스마트워치로 구글에 갑질 당한 삼성…결국 구글OS 품으로

국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이같은 구글의 AFA에 피해를 입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1'(기어1)을 출시하며 스마트워치용 포크OS를 개발해 기어1용 앱 70개를 탑재해 출시했다.

당시 구글은 안드로이드OS에 스마트워치 관련 사업을 진행하지도 않은 상황이었지만, 갤럭시기어1의 OS를 AFA 위반으로 보고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갈등이 안드로이드OS 사전접근권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기어1을 발표한지 5개월만에 기껏 개발한 자체 포크OS를 내리고 타이젠OS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에 대해 "구글의 큰 전략이 결국 성공하는 아주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심판정에서 상당히 강하게 그 내용을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 뉴스1

◇2011년 구글 압박으로 아마존 태블릿PC 협업 기회 잃은 LG전자

LG전자 역시 이같은 구글의 AFA로 지난해 기준 1억6060만대 규모로 성장한 태블릿PC 시장에서의 큰 사업 기회를 잃은 바 있다.

이날 공정위가 공개한 아마존의 공정위 제출 답변서에 따르면 LG전자는 아마존이 개발하던 '포크OS 탑재 태블릿PC' 프로젝트의 파트너였다.

그러나 당시 구글이 LG전자가 AFA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압박하자 아마존과 LG전자의 협업은 종료됐다.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LG전자는 사전접근권에 문제가 생길 경우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이류 시민'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LG전자는 태블릿PC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옵티머스 패드, G패드 등을 출시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반면 아마존이 출시한 킨들 파이어는 2010년대 초반 중저가 태블릿PC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구글의 '훼방'이 아니었다면 LG전자의 태블릿PC 시장 도전 결과는 달랐을 가능성도 있었던 셈이다.

삼성전자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1'에서 '삼성 갤럭시 버추얼 이벤트'를 열고 새로운 갤럭시워치에 구글과의 '통합OS'와 '원UI 워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 뉴스1

◇삼성은 '백기' 들고 LG는 철수했는데…'누굴 위한 철퇴인가?'

그러나 이처럼 구글의 'OS 갑질'에 국내 제조사들이 피해를 본 사례들이 대부분 과거의 것이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이번 '철퇴'가 때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국내 제조사들과 앱 생태계의 상황이 많이 변했고 구글의 OS 독점력은 더욱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태블릿·웨어러블 기기 등을 담당하는 IM(IT&Mobile)부문에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수장을 맡은 이후,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공개한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4도 독자 OS인 타이젠을 탑재하지 않았다. 대신 구글과 협업해 개발하는 통합 웨어러블 OS인 '웨어OS'를 탑재하기로 했다.

구글의 OS 갑질이 외부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니 결국 구글과의 '공생'을 추진하기로 한 셈이다.

LG전자는 아예 올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18년 스마트 스피커의 포크OS 개발로 구글과 갈등을 빚었지만,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떼버렸기 때문에 '사전접근권'을 고려할 필요도 없게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과 구글과의 관계가 이미 과거와 많이 달라진 측면이 있다"며 "구글과의 협력 강화로 방향을 정한 삼성전자가 갑자기 포크 OS를 도입할 가능성도 낮고, LG전자도 스마트폰을 접어 단기간에 변화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경쟁 OS 진입 및 신규기기 개발 막은 구글에 2074억원(잠정) 과징금 부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9.1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공정위 "(조치가 늦었다는 지적) 뼈 아프게 받아들인다"

공정위 역시 이같은 지적에 "뼈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조치가 늦어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송 국장은 "이번 건에서는 국내시장 경쟁제한 효과뿐 아니라 세계 시장 전체에 미치는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며 "우리보다 앞서 조치한 유럽연합(EU) 의결서를 보고 파악한 팩트와 효과 등을 추가 검증하고, 국내 사업자와 외국 사업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조금 소요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사업자 조사는 전 세계 경쟁당국이 같이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유사 사례에 비춰보면 대부분 법원 소송으로 이어지니 승소를 생각하면 꼼꼼히 조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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