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의사에게 필요한 '기술과 마음' [메디칼럼 (4)]

2021. 9. 1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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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성형외과학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장에서 군인들은 폭탄과 기관총을 피하려 참호에 숨어 머리만 살짝 내밀었기 때문에 파편이나 총탄에 의한 안면부 외상환자가 급격하게 발생했다. 이 시기 성형외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길리스와 같은 의사들은 다양한 수술 방법을 개발했고, 이에 얼굴, 머리 부위의 재건 수술이 크게 발달했다. 파괴적인 전쟁을 통해 재건의 성형외과학이 발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성형외과가 전쟁 혹은 사고로 고통받는 분들을 도와줬다면, 지금은 삶의 만족을 위한 외형의 미를 추구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미용성형 분야가 탄생했다. 한국의 미용성형은 1966년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해 지금에 이르렀다.

pixabay


성형외과 전문의와 일반의

2021년 현재, 한국의 성형 수술은 감히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 사람들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BTS·블랙핑크 같은 대중문화와 헤어·메이크업 등 뷰티 산업의 발전을 보면 한국 문화는 빠른 주기의 트렌드에 잘 적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급격히 세분화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뷰티 트렌드에 발맞춰 미용성형 수술 기법도 최첨단으로 발달했다. 둘째, 상대적으로 흉터가 적은 백인들과 다르게 동양인은 섬세하게 피부 봉합을 해줘야 흉터가 덜 남기 때문에 극도로 세밀한 미용성형 기술이 발달했다. 셋째, 지금 대입 성적은 소위 명문대보다 의대가 선순위다. 최고의 인재들이 바이오 업계, 의료계에 우선순위로 공급되고 있다. 넷째, 사회의 안전망이 굉장히 촘촘해졌다. 언론이 발달하고 인터넷 연결이 쉬워지면서 사회의 각 분야가 투명하게 감시받고 있다. 시민들의 활발한 SNS 활동은 사회의 사각지대를 줄이며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끊임없이 대중의 감시를 받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의사가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쉽사리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미용성형 업계에 뛰어든다. 국내 약 10만개 의료기관 중 10% 정도가 미용성형 업체지만 이중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하는 병원은 10%인 약 1000개다. 물론 성형외과 전문의보다 수술을 더 잘하는 일부 일반의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력이 비슷한 성형외과 전문의와 일반의의 전문지식 및 기술의 숙련도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실제로 성형외과 관련 여러 의료사고는 주로 비전문의에 의해 발생했다. 짧지 않은 수련기간 동안 익힌 고도의 전문 기술과 여러 외상 환자의 재건 수술을 책임지며 그에 걸맞은 여러 가르침을 받고 동시에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는 경험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고서는 갖출 수 없는 자질이다. 당연히 타과 전문의들도 적지 않은 경험과 나름의 수련이 있겠지만, 많은 시간을 재건 수술에 할애하지 않았다면 성형환자를 위하는 올바른 방향에 대한 고민과 그에 수반하는 경험은 적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기술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환자와의 호흡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면 옳은 방향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만 앞서고 기술이 부족하다면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따르지 않을까 싶다.

의사 스스로 몸·정신건강 챙겨야

의업은 종교활동과 비슷하다. 몸을 온전히 의사에게 맡기는 환자를 생각한다면 올바른 신체와 맑은 정신, 바른 마음가짐은 필수다. 성형외과학의 아버지라 일컫는 영국의 길레스는 78세까지 수술했다는 기록이 있다. 성형외과 의사로서 필자가 시행하고 있는 것이 있다. 첫째, 목과 어깨 건강을 포함한 기초체력을 위해 매일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운동은 자세교정을 위한 필라테스다. 둘째, 그 무엇보다 중요한 눈 상태도 최고로 유지하는 게 필수다. 수술 부위를 비추는 불빛조차 눈 건강을 위해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다. 셋째, 누구보다 긴장했을 환자를 위해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다음날 시행할 수술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금주(禁酒)는 물론 되도록 매운 음식 등을 안 먹고 소식(小食)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기술만 뛰어나거나 환자의 마음을 보살피지 않고 머리로 일을 한다면 그 수술은 죽은 수술이다. 엄청난 정신노동이 수반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 또한 필수적이다. 가족과의 시간, 영화 관람, 음악 감상, 지인들과의 수다가 나에게는 정신건강 유지 비결이다. 불행히도 요새는 코로나19로 인해 몇가지는 엄청난 제한을 받고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의사에게는 견제장치가 꼭 필요하다. 특히 언론의 긍정적 역할로 사회가 점차 투명해졌으며, 의사들도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한 점이 많다. 의협이 종종 회원의 잘못을 껴안으려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가수 신해철을 사망하게 한 외과의사, 강릉 여고생을 사지를 몬 성형외과의사 등을 예로 들 수가 있다. 유명을 달리한 분들이 내 가족이라는 역지사지의 가정을 해보면 얼마나 잘못됐는지 간단한 논리로 알 수 있다. 앞에 언급한 케이스는 언론의 노출 때문에 알게 됐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분명히 있다. 의료계는 자정 노력을 절대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권력이라 부를 수도 없지만, 이에 수반되는 의무의 무게도 무겁다. 어떠한 특권이든 견제장치가 없다면 썩을 것이 분명하다. 단순히 선의에 기대는 말의 수사와 그에 따른 정책은 필요 없다. 내부의 자정기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의료진을 과도하게 제한된 틀에 가두려고 함으로써 나타나는 폐해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충분한 공청회와 의견 수렴의 단계가 필요하다. 이것은 추후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의사가 좋은 직업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상념이 든다. 그래도 일단은 좋은 직업이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업이 그러하듯 까다롭고 예민한 환자분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겪어야 하는 감정노동량이 엄청나다. 또한 실수가 없어야 하는 수술의 특성상 받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가 속된 말로 ‘어마무시’하다. 일례로 성형외과 의사 중에 정신적 스트레스로 일찍 생을 마감하는 분들도 있다. 지인 중에서도 있었다.

얘기하다 보니 오늘 글의 키워드가 전쟁, 성형외과, 의무, 견제, 스트레스로 점철된 느낌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분들께 무조건 좋은 생각과 말, 맑은 공기(?), 가슴 따뜻한 감동을 건네지는 못할망정 글의 끝맺음이 무거운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 글을 맺으면서 다음 글은 환하게 찾아뵈리라 다짐해본다.

박병호 아이호 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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