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9월 11일 이후 일어난 일들 [방구석 극장전]

2021. 9. 1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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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연일 뉴스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소개되지만 우리는 그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려면 우리는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야 한다. 넷플릭스에서 9월 초 공개한 5부작 다큐멘터리 〈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은 5시간여에 걸쳐 집요하게 9·11 테러의 배경과 20년간의 전쟁을 해설한다. 당분간 이만큼 충실한 가이드는 없을 만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터닝 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처음 공개되는 9·11테러 당시 충격 영상과 초강대국 위신에 상처 입은 분노가 폭발하던 미국 상황은 물론, 이후 20년간 벌어진 일들에 대해 미국 내 고위 관계자와 다양한 참전군인들, 아프가니스탄 내 친미 정부와 탈레반 지도부에 이르는 방대한 네트워크가 총출동한다.

1부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9·11 이전 역사를 설명한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이슬람 저항군 ‘무자헤딘’을 전면 지원한다. 10년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소련은 무너지고 만다. 이후 미국과 서방세계는 아프간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무자헤딘 중 ‘지하드’를 부르짖던 분파는 아랍에 간섭하는 미국을 적으로 규정한다. 알카에다의 탄생이다. 9·11테러 전 20여년간 역사가 한 번에 요약된다.

2부 ‘위험한 장소’와 3부 ‘어두운 쪽’에선 테러 당시 상황과 들끓는 복수 여론을 소개한다. 4부 ‘좋은 전쟁’에선 테러 후 3개월 만에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키고 승리에 도취한 극우 ‘네오콘’이 이라크전쟁을 벌이는 폭주가 진행된다. 수렁이 시작된다. 정치가들은 대중의 분노를 이용했을 뿐 테러리즘을 근절하지도,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하지도 못했다.

정치가들의 전략 부재와 권언유착, 그릇된 지원책은 아프간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못했고 탈레반은 재기한다. 부시에서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4명의 대통령 모두 탈출만을 꾀했다. 전문가들은 ‘전략의 부재’를 꼬집는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전장의 군인과 민간인 피해로 누적된다. 5부 ‘제국의 무덤’에선 자신들이 정당한 재판절차 없이 관타나모에 강제 구금하고 있던 탈레반 지도자들과 평화회담을 벌이는 미국의 위선과 어렵게 싹튼 아프간 변화의 싹이 무너지는 과정이 소개된다. 결말은 지금 보고 있는 그대로다. 본 시리즈는 철저히 미국의 시선에 맞춰졌지만, 그간의 사정을 알 좋은 기회다. 하지만 미국이 버린 땅에 남은 이들은 어찌 되는 걸까?

알카에다는 9·11테러 이틀 전 탈레반의 숙적이던 아프간의 국민영웅 아흐마드 샤 마수드를 암살했다. 지금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마지막으로 저항하는 판지시르 반군 지도자는 그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다. 하지만 미국은 탈레반의 지위를 인정한 만큼 온건 합리주의 반군을 지원할 생각은 없어보인다. 오히려 탈레반의 승리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편리할 때만 꺼낼 뿐인 21세기 유일 초강대국의 민낯이 아프가니스탄의 지난 20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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