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해동된 '아바스러움' [문화프리뷰]

2021. 9. 1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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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관중의 함성이 들리고, 무대로 향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뒤이어 흐르는 다른 장면에서 벤뉘 안데르손이 자신들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동시에 벤뉘의 표정처럼 환한 목소리로 부른 노래가 울리기 시작한다. 9월 2일 출시된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신곡 ‘아이 스틸 해브 페이스 인 유’ 뮤직비디오의 초반 장면이다. 이후 전성기 활동이 사진과 영상으로 계속 나온다. 아바의 팬들이라면 추억에 흠뻑 젖을 만하다.

아바의 9집 앨범 <보이지> / ABBA Voyage


1981년 8집 〈비지터스〉를 끝으로 해체했던 아바가 무려 40년 만에 음악 팬들을 다시 찾아왔다. 2016년 재결합한 아바는 2018년 신곡을 녹음해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앨범 규모로 계획이 바뀌면서 싱글 공개를 보류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이 겹쳐 원래 예고했던 지난해가 아닌 올해 11월 아홉 번째 정규 앨범이자 40년 만의 신작 〈보이지〉를 발매하게 됐다.

리드 싱글 ‘아이 스틸 해브 페이스 인 유’는 관악기로 채운 짧은 전주를 지나 피아노가 곡을 이끌며 차분한 분위기를 지속한다. 얼마 뒤 팀파니, 현악기를 추가해 서서히 체구를 키우다가 후렴에서 전기기타와 드럼을 들여 장대한 기운을 터뜨린다. 멤버들의 실제 마음을 표현한, 서로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는 가사는 후렴에서의 웅장한 연출 덕에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함께 선보인 ‘돈트 셧 미 다운’은 템포는 느린 편이지만 디스코 형식을 취해 적당히 흥을 발산한다. 탄력적인 베이스 기타, 은은하면서도 때로는 발랄한 현악기 연주는 듣는 이에게 미러볼이 화려한 광선을 만들어내는 1970년대 무도회장에 와 있는 기분을 들게 할 것 같다. 또한 노래 곳곳에는 넓은 음역을 미끄러지듯 빠르게 연주하는 글리산도 방식의 피아노 연주가 삽입돼 있어 ‘댄싱 퀸’을 떠올리게 한다.

앨범 출시에 앞서 먼저 낸 두 노래는 모두 ‘아바’스럽다. 그들의 한창때에 만든 노래라 해도 믿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두 보컬리스트 애니 프리드 린스태드와 앙네타 펠트스코그의 목소리도 옛날 그대로다. 정말 다행이다. 긴 공백을 마치고 오랜만에 복귀하는 가수들은 트렌드에 맞추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첨단의 장르가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아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지는 일이 허다하다. 아바는 저온동결이 이뤄진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해동돼 등장했다.

이처럼 옛 모습을 고수한 것은 본인들의 음악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크기 때문일 듯하다. 아바의 대다수 노래는 까다로움과 멀찍이 거리를 둔다. 멜로디가 쉬워 잘 들린다. 전 세계적으로 1억50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사실이 강한 대중성을 증명해준다. 이와 더불어 노래의 내실도 좋다. 두 음악감독 벤뉘 안데르손과 비에른 울바에우스는 구성, 연주, 보컬, 믹싱 등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 없는 준수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를 확신하며 그들의 스타일을 밀고 나왔다. 게다가 영화 〈맘마미아!〉로 젊은 세대도 아바의 노래를 익히 알게 됐으니 그 느낌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두달 뒤 과거로 돌아가는 문이 활짝 열린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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