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배우' 김태훈이 연기한 '좋은 사람'.."무겁다고 하기엔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

안진용 기자 2021. 9. 15. 07: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아간다.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은 아니지만, 무겁다고만 하기에는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이 영화는 어떤 사건이 있고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밝혀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영화적 재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연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아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김태훈이다. 언뜻 봐서는 분명 좋은 사람인데, 그가 가는 길마다 일이 꼬인다. 그 역시 이를 답답하게 느낀다. 김태훈이 섬세한 선으로 진폭 넓은 감정을 표현하는 ‘좋은 사람’은 이 근원적인 질문을 ‘돌직구’처럼 던진다. 데뷔 20년 차 배우인 그의 연기 내공이 오롯이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 중 교사 경석(김태훈 분)은 교실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딸의 교통사고까지 겪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화살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 세익(이효제 분)을 향하고 있다. 항상 학생들을 향해 “믿는다”던 경석은 점차 딜레마에 빠지고, 결국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왜 ‘좋은 사람’을 선택했나?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은 아니지만, 무겁다고만 하기에는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이 영화는 어떤 사건이 있고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밝혀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영화적 재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그런 결심이 오히려 경석을 수렁으로 끌고 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부끄러울 때도 있고 자책도 한다. ‘좋은 사람’은 이렇듯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을 그린 영화다.

―다른 인물과 있을 때는 항상 미소 짓는 경석이 혼자 있을 때는 표정이 변한다. 그런 섬세한 연기 변화가 눈에 띄더라.

”인사를 받으면 인위적으로 미소를 짓는 느낌을 주려 했다. 경석은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왠지 그렇게 행동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해가며 경석이라는 인물에게 연민이 갔다. 나약한 인간일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그것에서 벗어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욕구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공감이 됐다.

―김태훈이 연기하면서 느낀 경석은 선인가? 악인가?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정답을 찾기 어려웠다. 경석은 폭력을 행사하거나, 험한 쌍욕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혼자서 방에서 술 먹고 소리 지르는 정도일 거다. 그 정도도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과연 악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경석은 억울해졌을 거다. 게다가 경석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바꾸려고 시도하는데 사람들은 그를 비난한다. 하지만 겉으로는 ”인정한다“고 하지만 정작 아내에게 ”이건 다 너 때문이다“라고 내뱉는 경석을 보며, 과연 경석이 진심으로 반성했던 것일지 의심하게 된다.”

―경석은 가족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인물이었다. 특히 딸을 혼내는 장면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 같다.

“많이 고민했던 장면이다. 경석은 아내가 ‘아이를 보라’고 할 때 키즈카페부터 찾아본다. 딸이 투정을 부릴 때는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이가 고개를 돌려버리는 순간, 경석은 굉장히 상처받았고 그때부터 어른스럽지 못하게 행동한다. 감정을 넣어 ‘너 자꾸 그러면 놓고 간다’고 딸에게 말하는 것이 경석의 모습이다. 분명 ‘좋은 아빠’와 ‘좋은 사람’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좋은 사람’에서 경석의 행동은 어디서부터 틀어진 것일까?

“처음 도난 사고가 벌어졌을 때다. 경석은 사태 해결을 위해 지갑을 잃어버린 학생에게 자신의 돈을 주면서 이를 무마시키려 한다. 사실 이 행동부터 잘못됐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괜히 누군가를 의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처럼 사태가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태훈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을 말해달라.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저 선하고 착하게 살면 좋은 사람이라는 막연히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게 꼭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의 중심을 갖고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어느덧 데뷔 20년 차다. 충분히 ‘좋은 배우’가 되고 있지 않나.

”‘진짜 같은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역이 주어지면 진짜 그 인물이 돼서 와 닿는 감정과 느낌을 전달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항상 꿈꾼다.“

안진용 기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