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길었던 그 해 9월.. 차라리 죽은 듯 자고 싶었던 끔찍한 시간 [스밍]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2021. 9.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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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밍: 이번 주엔 이 노래] 그린데이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스밍(streaming): 온라인 음원 실시간 재생
넷플릭스 '터닝포인트 9/11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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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나 환희에 벅차 멜로디와 가사를 생각해낼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20년 전 9.11 테러가 났을 때도 수많은 음악가들이 그 끔찍한 기억 속에서 악보를 그리고 가사를 썼다. 어떤 노래는 공포를 담고 어떤 곡은 희망을 노래했다. 사람들은 그런 노래를 들으며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났고 위로를 얻었다. 뉴욕은 세계 대중음악의 심장이기도 하기에, 유명한 뮤지션들은 뉴욕에 대한 각자의 애정과 추억이 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참극 앞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무기력했던 그들은, 금세 힘을 내고 곡을 써내려갔을 것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 ‘Empty Sky’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2002년 발표한 앨범 ‘The Rising’은 수록곡 대부분이 9.11 테러와 관련된 노래들이다. 소방관의 시점에서 부른 노래, 소방관의 아내의 시점에서 쓴 가사 같은 다양한 곡들로 호평을 받았다. ‘Empty Sky’는 테러로 배우자를 잃은 사람의 슬픔과 공허감을 노래한 곡이다. 홀로 침대에서 눈을 뜬 뒤 더 이상 키스를 하거나 눈을 맞출 수도 없는, 바로 옆에서 함께 매일 아침을 맞았던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가사가 희생자 가족의 절절한 심경을 묘사하고 있다.

▼레너드 코헨 - ‘On That Day’

‘On That Day’는 레너드 코헨이 70세 되던 2004년 발표한 앨범에 실린 노래다. 코헨 특유의 읊조리는 창법은 사실상 노래라기보다 낭독에 가까운데도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말하지/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고/ 신에게 거역한 죄/ 세상 모든 범죄들/ 나는 알 수 없지/ 난 그저 자리를 지킬 뿐/ 그들이 뉴욕에 상처를 낸/ 그 날 이후” 하는 가사가 노(老)음악가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콜드플레이 - ‘Politik’

2001년 9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새 앨범 녹음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9.11 테러를 목격했다. 테러 당일, 밴드 리더 크리스 마틴은 ‘Politik’이란 곡을 썼다. 모든 악기가 발작적으로 연주를 시작하는 파격적 오프닝에 이어 피아니시모로 급변하는 연주, 다시 발작이 반복되는 이 곡은 “눈을 뜨세요(Open up your eyes)” 하는 후렴구가 반복되며 듣는 사람을 휘몰아치는 명곡이다. 이 곡이 실린 앨범 ‘A Rush of Blood to the Head’는 이 노래 외에도 ‘In My Place’ ‘The Scientist’ 같은 곡들을 줄줄이 히트시켰다.

9·11 테러 20주년을 맞은 11일 미국 뉴욕.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빛이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록밴드 그린데이의 노래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는 9.11 테러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곡인데 발표 이후 9.11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곡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펑크록 밴드로서는 드물게 발표한 이 발라드 넘버는 밴드 리더 빌리 조 암스트롱이 작고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쓴 곡이다. 그가 열 살 때 아버지가 암으로 숨지고 어머니는 2년 뒤 재혼했는데 암스트롱과 형제들 모두 새아버지를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그린데이 -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나의 기억은 이제 잠잠하지만/ 내가 잃은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아/ 9월이 지나가면/ 나를 깨워줘” 하는 가사가 9.11 테러를 연상케하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이 노래 뮤직비디오는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남자가 여자를 떠나 이라크전에 참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 이유로도 테러 희생자들과 미국의 영웅들에게 바치는 노래로 여겨졌다. 이 노래는 2005년 6월 발표됐는데 그해 8월 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초토화시켜 1800여명이 숨졌다. 그런 이유로 카트리나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래로도 널리 불렸다.

9월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잔인한 달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렇기에 차라리 죽은 듯이 잠을 자며 9월을 보내고 싶을지도 모른다. 노래 만든 사람의 의도와는 다른 이유로도 널리 사랑받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대중음악의 숙명이기도 하다.

[지난 스밍 List!] ☞조선닷컴(chosun.com/watching)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바 ‘Does Your Mother Know’

🎧김목경 ‘거봐 기타치지 말랬잖아’

🎧이병우 ‘비’

🎧김수철 ‘별리’

🎧이한철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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