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통합 심사' 압박 이동걸..공정위선 '심사 말라는것' 불편 역력

박기호 기자,송상현 기자 2021. 9. 1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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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의 발언은 외부에서의 압박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심산으로 읽히지만 당장 공정위에선 '심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온다.

늦어지는 기업결합 심사로 통합 항공사 출범 계획도 다소 연기되는 양상을 보이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이 회장이 작심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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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대한·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 지연에 공개적 불만 표시
공정위, 연내 마무리 계획.."이런 건은 보통 1년 이상 걸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산업은행) © 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송상현 기자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산하기관인 산업은행이 다른 부처 업무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발언은 외부에서의 압박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심산으로 읽히지만 당장 공정위에선 ‘심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13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를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이 회장은 양사의 통합을 위한 필수 절차인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산업적 관점과 부실기업의 도태 시에 생기는 파장을 고려하면 전향적으로 봐야 한다”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공정위에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실무진에서 미리 준비한 답변에도 없는 발언이었다. 이 회장은 해외 경쟁당국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발언으로) 공정위에 괘씸죄로 걸려도 할 것이라며 시장과 산업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주길 공개적으로 읍소한다”며 “조속히 승인 절차를 밟아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과 관련해 한국 공정위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EU, 대만, 터키, 대만, 베트남 등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터키, 대만, 태국 등 3개국에서 승인했고 6개국에선 검토가 진행 중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영국, 호주,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5개 임의신고국가 경쟁당국에도 신고서를 냈는데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당국의 심의를 통과했다.

업계에선 자국에서 승인해주지 않으면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심사를 빠르게 해야 다른 국가에서의 승인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결합 심사 일정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6월 초 예정됐던 기업결합에 대한 연구용역 계약을 10월 말까지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독점에 따른 운임 인상과 소비자 편익 감소 우려를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지는 기업결합 심사로 통합 항공사 출범 계획도 다소 연기되는 양상을 보이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이 회장이 작심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는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는데 통합 일정이 지연되고 있어서 이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불리한 상황”이라며 “빨리 심사 결론을 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과 관련해 다수의 중복노선을 운영하는 국적사간 결합으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노선별 경쟁상황 평가와 소비자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연내 심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5일 “해외 경쟁당국과의 협의를 같이 들어가야 한다”며 “이 회장의 발언처럼 우리가 조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건은 보통 1년 이상씩 걸리고 우리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의 ‘(공정위가) 딴 데 하는 것을 보고하자는 것 같다’는 지적에는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을 보고하자는 것이 아니라 협의를 같이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른 곳과 상관없이 조치를 먼저 하면 해외 경쟁당국의 조치와 상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이 (일련의 과정을) 알면서도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공정위가) 눈 감고 심사를 하지 말라는 말’ (외에는) 어떤 말로도 해석이 안 된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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