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기와까지 모두 이탈리아서 공수.. 진정성 담았죠" [마이 라이프]
페인트 관련 제조업체 운영할 때 출장
토스카나 풍경에 빠져 국내 조성 꿈꿔
첫 단추 피노키오 마을 조성부터 난관
라이선스 가진 콜로디재단 3년간 설득
이탈리아 가는 비행기 100번 넘게 타
자재·전시품 컨테이너 8개 분량 실어와
마을 입구의 피노키오 동상 10m 넘어
멀리서도 보이는 랜드마크 역할 톡톡
#노신사는 지금도 동화나라에 산다
피노키오 동상 앞으로 걸어 나오는 노신사. “어때요 피노키오와 똑 같죠. 하하.” 피노키오 아래서 같은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는 한 회장의 이마에는 주름이 깊지만 얼굴 표정은 동화에 푹 빠진 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 그가 꿈꾸는 동화나라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2008년 쁘띠프랑스를 열어 한 해에 관광객 90만명을 끌어모으는 어린왕자 테마마크로 키워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엔 피노키오의 모험이 가득한 이탈리아 마을을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한 회장이 이탈리아 마을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됐다. “전에 페인트 회사를 운영할 때 기술 제휴를 위해 이탈리아 출장을 많이 다녔어요. 그때 본 토스카나 풍경에 푹 빠져 언젠가 우리나라에 이탈리아 마을을 조성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늘 꿨죠. 8년 전쯤 될 거예요. 쁘띠프랑스가 자리 잡고 나서부터 이탈리아 마을 구상에 들어갔답니다.” 하지만 피노키오 마을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피노키오와 관련된 모든 콘테츠는 함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노키오 모험’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성을 따 이탈리아 정부가 만든 ‘콜로디 재단’이 모든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처음에 콜로디 재단에 피노키오 콘텐츠를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을 때 아예 답장도 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탈리아를 오가며 콜로디 재단 관계자를 끊임없이 설득했죠. 피노키오 마을을 한국에 꼭 만들고 싶다고. 쁘띠프랑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자료들을 보여주며 설득한 끝에 3년 만에 겨우 허락을 받아냈답니다. 2019년 레오나르도 다 빈치 500주기를 맞았는데 이탈리아 사람이라 피노키오와 다빈치를 묶어 이탈리아 마을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확정했어요.”
이탈리아 마을에 들어서면 마치 토스카나의 오래된 마을 골목길로 순간이동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꾸며져 있다. 이유가 있다. 바닥의 돌부터 기와 등 건축자재와 석상, 우물 등 모든 전시품을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왔기 때문이다. “피노키오 상품을 파는 고속도로 휴게소부터 대형 전문점까지 거의 훑었어요. 전시된 것은 거의 이탈리아에서 가져 온 것으로 보면 됩니다. 피렌체에서 한 시간 거리 빈치 마을에 다빈치 생가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다빈치 관련 전시품들을 구입했답니다. 우물과 여신상은 베니스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마을에서 찾아냈어요. 이탈리아 가는 비행기를 100번 넘게 탄 것 같네요.” 대단한 집념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져 온 건축자재와 전시품은 컨테이너로 8개에 달한다. 공사비와 전시품 구입비를 모두 합치면 이탈리아 마을을 짓는 데 140억원 정도 투자됐다. 한 회장은 쁘띠프랑스에서 번 돈을 대부분 이탈리아 마을을 짓는 데 투자한 것 같단다. 한 회장이 이처럼 현지 건축자재까지 고집한 것은 ‘진정성’ 때문이다. 대충 흉내만 내서는 여행자들에게 호응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다. 투자한 만큼 돌아온다는, 제조업체 운영 시절 얻은 교훈 덕분이다.
쁘띠프랑스의 두 배 규모로 지은 이탈리아 마을에는 아이들이 푹 빠질 전시물이 가득하다. 마리오네트 인형극 ‘피노키오의 모험’이 매일 공연되고 작품 스토리도 피노키오 모험관에서 전시 중이다. 마리오네트 인형극으로 유명한 체코와 콜로디 재단 기념품점에서 모든 인형들을 실어와 생동감이 넘친다. 또 청평호반을 즐기는 피노키오 전망대와 가장 인기 높은 피노키오 시계탑으로 꾸민 다빈치광장, 가면상점, 엔티크가구 전시관, 피노키오 기프트숍, 골동품, 오르골 등을 즐길 수 있다. 콜로세움을 닮은 5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도 마련됐다.
#IMF 위기 딛고 테마파크를 만들다
이탈리아 마을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색감에 반한다. 건물 외벽과 지붕이 아주 예쁜 파스텔톤이다. 40년 가까이 페인트업계에서 일한 그의 경력이 녹아 있다. 한 회장은 색감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단다. 외벽의 색조합도 그가 일일이 테스트하며 직접 만들었다. 쁘띠프랑스와 이탈리아 마을의 색감은 건설업계에도 영향을 미쳐 아파트에도 비슷한 컬러를 쓰기 시작했다. 페인트사업을 하던 외사촌 형 밑에서 일을 배우다 1968년 대동화학공업사를 창업했다. 가구용 페인트만 생산하는 회사였는데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그도 큰 시련을 겪었다. “국내 3대 가구회사를 포함해 대기업 10곳에 전체 물량의 80%나 납품했는데 모두 부도가 나고 말았죠. 당시로서는 큰 모험이지만 페인트 사업을 접고 오랫동안 꿈꾸던 테마파크를 짓기로 결단했어요.”
3년 넘게 허가가 나지 않아 애태우던 끝에 문을 연 쁘띠프랑스는 시작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드라마 덕분이다. “2008년 8월에 오픈했는데 10월에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방영하는 방송사에서 쁘띠프랑스에서 촬영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어요. 당시 3분 나가는 데 1억원은 줘야 드라마 장소로 홍보가 되던 시절이었는데 저는 홍보비 없이 무료로 제공했어요. 프랑스 유명 설계사가 제대로 만든 테마파크였기에 가능했죠. 50분짜리 드라마에 9회나 나갔고 시청률이 24%나 나오면서 쁘띠프랑스가 크게 알려지기 시작했답니다.” 지난 4월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인기 드라마 ‘빈센조’ 제작팀도 이탈리아 마을에서 촬영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안타깝게도 공사가 지연되면서 불발됐다.
쁘띠프랑스에 이어 이탈리아 마을까지 문을 열면서 여행자들은 더 즐거워졌다. 한꺼번에 두 곳을 모두 둘러보며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힐링할 수 있어서다. 한 회장은 지난 7월 HJ매그놀리아용평호텔앤리조트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상호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두 곳 이용객에 한해 용평리조트는 발왕산관광케이블카 탑승권 25%, 쁘띠프랑스는 입장권 10%를 현장할인한다. 또 두 곳의 관광 자원을 활용, 신선하고 경쟁력 있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 홍보물 등 마케팅 사업도 함께 진행키로 했다.
가평=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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