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국정원과 국정원장의 어이없는 행태 '정말 이게 나라인가'

조선일보 입력 2021. 9. 15. 03:24 수정 2021. 9. 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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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2일 박지원(오른쪽) 당시 국민의당 의원과 조성은 전 비대위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서로 쳐다보고 있다. /TV조선

우리 군은 북한의 순항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지 못했다. 미사일 고도가 낮아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해야 한다. 그 임무를 맡은 곳 중의 하나가 국가정보원이다. 그 일을 하라고 국민 세금 1조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원이 발사 징후를 포착했다는 말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국가정보기관으로서 존재 이유를 의심해야 할 문제다.

국정원이 이렇게 본연의 임무에 실패하고 있는 와중에 국정원장은 연일 정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야권 대선 주자를 향해 “잠자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국정원장은 동선 자체가 비밀이어야 한다. 외부 노출도 최대한 피해야 한다.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언론에 이런 말을 하고 다니나.

조성은씨가 박지원 원장을 만난 날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조성은 페이스북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씨는 “(언론 보도가 나온)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씨의 신분과 직책이 무엇이길래 국정원장을 ‘우리 원장님’이라고 하고 폭로 날짜를 상의하나. 두 사람이 만난 날은 북한이 한미 훈련에 반발해 남북 통신선을 끊은 다음 날이라고 한다. 그런 날 국정원장이 조씨를 만나 사담(私談)만 나눴다는 것이다. 시급하게 북한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았나. 박 원장은 지난 2월에도 조씨를 공관으로 불러 식사했다. 보안이 엄격해 공직자들도 쉽게 들어가기 힘든 곳에 국가 정보 업무와 아무 관련 없는 조씨가 드나들었다는 것이다.

조씨는 직후 페이스북에 국정원장과 나눈 것으로 추정되는 말을 띄웠다. 과거 정부의 정치인 불법 사찰 문제에 대해 ‘다 공개하면 이혼할 사람들 많을 거라 전하라 했다’ ‘십리 밖으로 줄행랑칠 것들이’라고 적었다. 국정원장이 조씨와 이런 대화를 하고 조씨가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을 보니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국정원장은 조씨와 페이스북에서 수시로 공개 대화를 나눴다. 국정원장이 조씨와 만난 호텔 식당 사진도 떠 있다. 정보 수장의 동선과 일거수일투족이 다 공개된 것이다. 황당하고 어이없다. 국정원장도 외부인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정보 활동에 필요한 상대여야 하고, 동선과 내용은 보안에 부쳐져야 한다. 이런 정보 수장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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