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이 무슨 도발 해도 '합의 위반 아니다'부터 말하는 정부

조선일보 입력 2021. 9. 15.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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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3일 서울 외교부에서 호주 외교·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용 외교장관이 북한의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 직후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가 시급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레이더 추적이 어려운 북 순항미사일이 1500㎞를 비행했는데도 남북 대화 얘기부터 한다. 북이 김정은 공언대로 순항미사일에 소형화한 전술핵을 탑재하면 치명적 위협이 배가 된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대화 얘기를 하고 오히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북 미사일 도발 이틀이 지났는데도 “분석 중”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강조했다. 최근 북이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했는데도 외교차관은 “남북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며 북을 두둔했다. 지금 정부에선 누구 하나 북이 증강하고 있는 핵·미사일의 위험을 말하지 않는다. 이제는 별도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열지 않는다. 남북 이벤트 할 궁리뿐이다.

정 장관은 안보실장 시절 김정은을 만난 뒤 워싱턴으로 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보증을 섰다. 그 결과가 뭔가. 북이 20년 넘게 반복해온 기만술에 ‘낚인’ 것 아닌가. 그는 올 초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아직 있다”고 했다. 청문회 한 달 전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핵’을 36차례 강조하며 전술핵과 핵 추진 잠수함 개발까지 선언했다. 어디에 ‘비핵화 의지’가 있나. 북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 대가리’ 등으로 조롱한 것까지 “협상을 재개하자는 절실함이 묻어 있다”고 해석했다. 북도 놀랐을 것이다.

정 장관은 남북 군사 합의 등에 “순항미사일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했다. 남북 군사 합의를 떠나 북 미사일이 누구를 겨냥한 건가. 한국 장관은 먼저 국민과 안보를 걱정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먼저 정권 걱정을 하고, 다음은 북한 입장을 두둔한다. 북이 무슨 도발을 해도 이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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