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로 그려낸 지구촌 어린이 135만명의 꿈

박성민 기자 2021. 9.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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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과 벽이 온통 하얗게 뒤덮인 미술관 로비를 지나 서너 개의 문을 통과하면 아프리카 잠비아의 한 초등학교 교실 앞에 도착한다.

"안과 의사가 돼 앞을 못 보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쓴 작품 설명에선 잠비아의 열악한 의료환경이 여실히 드러난다.

장민혁 월드비전 차장은 "내가 무엇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 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꿈을 고민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대회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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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첫 랜선 엽서그리기대회
'함께 꿈꾸는 세상' 그림으로 표현
수상作은 VR전시관서 상시 관람
"젊은층 공감 늘려 기부확산 기대"
월드비전 엽서그리기 대회 대상작 당선혜 양(매포초 3학년)의 작품(왼쪽 사진)과 보건복지부장관상 정서윤 양(정천초 6학년)의 작품. 각각 ‘배고픔이 없는 세상’과 ‘우산이라는 꿈의 울타리’를 주제로 그렸다. 월드비전 제공
천장과 벽이 온통 하얗게 뒤덮인 미술관 로비를 지나 서너 개의 문을 통과하면 아프리카 잠비아의 한 초등학교 교실 앞에 도착한다. 교실 벽에는 아이들의 그림 15점이 걸려 있다. 뭉가 오스왈드 군은 병원을 그렸다. “안과 의사가 돼 앞을 못 보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쓴 작품 설명에선 잠비아의 열악한 의료환경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곳은 진짜 학교가 아니다. 월드비전 엽서그리기 대회에 참여한 잠비아 초등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 가상현실(VR) 전시장이다. 다른 방에는 한국 학생들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대상(교육부장관상)을 받은 당선혜 양(매포초 3년)은 인종별로 다양한 색깔로 채색한 얼굴과 무럭무럭 자라는 벼를 같이 그렸다. 당 양은 “배고픈 사람이 없는 세상을 그렸다”며 작품을 소개했다.

월드비전 엽서그리기 대회는 ‘함께 꿈꾸는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캠페인이다.

2013년 지역 대회로 시작해 2019년부터 전국대회로 확대됐다. 올해 참가자는 135만5585명으로 지난해(70만 명)의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그동안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던 이 대회는 올해 처음으로 메타버스(가상세계)를 접목했다.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랜선 자립마을’을 지었다. 아프리카 케냐의 학교, 보건소 등 현지 모습을 실감 나게 재현해 지구촌 반대편 아이들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올해 대회에는 잠비아 학생 100명도 참가했다. 아이들은 그림에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가르치고, 목수가 돼 마을 사람을 돕겠다는 꿈을 담았다. 1등 학생에게는 염소 한 마리와 책가방, 책 등 교구가 수여됐다.

장민혁 월드비전 차장은 “내가 무엇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 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꿈을 고민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대회 취지를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대회를 전 세계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참가자들의 작품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엽서로 전달된다. 수상작 3개 작품은 현지 학교에 벽화로 그려질 예정이다. 수상작은 VR 전시관에서 상시 관람할 수 있다.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전이수 작가의 작품도 전시 중이다. 올해는 PC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모바일로 들어올 수 있는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월드비전이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10대와 MZ세대 등 젊은층과의 접점을 늘려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캠페인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콘텐츠 구축의 필요성도 커졌다.

조광남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메타버스는 현실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지구촌 반대편의 취약 아동들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후원자들의 도움이 현지 아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메타버스 콘텐츠를 통해서도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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