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린 뉴스' 쏟아내는 조직 문화..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최승영 기자 입력 2021. 9. 14. 22:49 수정 2021. 9. 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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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화수목금'을 지나 이윽고 다다른 휴일.

2~3주에 한 번 돌아오는 토요일 오전마다 기자들은 모였다.

다람쥐 기자는 "2년차까지 출입처만 5~6번 바뀌었다. 커리어를 말하면 사치스러운 이의제기라 생각한다. 언론사엔 인사·조직관리 영역이 없다. 팀은 있지만 없다. 독자들이 신문을 안 읽어서가 아니라 바뀐 세상에 맞게 기자를 길러내고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없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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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팟캐스트 '당구뉴스' 제작하는 다람쥐·솔개·호랑(익명) 기자

‘일월화수목금’을 지나 이윽고 다다른 휴일. 2~3주에 한 번 돌아오는 토요일 오전마다 기자들은 모였다. 물 먹은 솜 같은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서울 사당으로 향한다. 사비 4만원을 내고 스튜디오를 빌렸다. 팟캐스트 ‘당신이 보는 뉴스가 구린 이유’(당구뉴스)를 녹음하기 위해서다. “자꾸만 ‘구린 뉴스’가 나오게 만드는 (언론사) 조직문화를 솔직하게 꼬집고, 더 좋은 뉴스가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한다”는 취지다. 마치면 점심을 함께 하며 다음 아이템을 논의한다. 주중엔 짬을 내 일정을 조율하고, 대본을 쓰고, 편집을 한다. 닉네임 다람쥐, 솔개, 호랑. 각기 다른 신문사에 다니는 10년차 안팎 기자 셋은 지난 6월 말부터 그래왔다.

“비슷한 연차 기자들과 밥을 먹거나 술을 할 때면 늘상 업계나 회사에 대한 불만이 공통적으로 나와요. 이 직장인의 투덜거림이 언론사에선, 그 조직문화가 기사 질과 연결되는 핵심이구나 싶었어요. 사석에서 그러고 말면 답도 없고 처지기만 하는데 고민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생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다람쥐)

아무리 봐도 대박을 내서 부귀영화를 누리려 시작한 콘텐츠는 아니다. 기왕 할 거라면 수익이든 커리어에든 확실히 도움 되는 걸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들의 관심은 그게 아니었다. “‘셋 다 이직할까’ ‘전직할까’ 불평하지만 이 직업이 싫다기보다 기자가 기레기가 될 수밖에 없는 제반 환경에 답답했던 거 같아요. ‘기레기론’은 많지만 좋은 기사 쓰길 어렵게 만드는 환경은 사실 누구도 얘기 안 해주잖아요. 더 나은 언론을 위해선 당사자 목소리가 녹아있어야 한다, 기록하자 한 거예요.”(호랑)

약 1년 전 다람쥐·솔개 기자를 모두 알던 호랑 기자가 셋을 모은 밥 약속, 술자리가 시작이었다. 수다로 흩어지고 마는 회사·뉴스 얘기에 업의 본질이 있더라는 생각, 그게 너무나 아까우니 기록을 하자고 중지가 모였다. “현장 기자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대중들이 “기자들도 고민이 있고, 기사란 게 우리가 아는 것처럼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알아줬으면” 방향과 청취자 타깃을 잡았다. 다들 신문기자이니 글로 풀어보자는 생각도 했지만 가욋일인 또 다른 마감은 밀리기 일쑤였고 재미도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마침 음성 편집이 셋 다 가능했던 터, 안정적인 채널로 자리 잡았고 무료 프로그램으로 편집이 가능한 팟캐스트로 방향을 틀었다. 로고는 친구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주고 부탁했다.

그렇게 석 달, 매주 하나씩을 선보여 14일 현재까지 총 11편을 ‘팟빵’에 올린 게 현재다. 회사와 일 때문에 고민하는 기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10년차 안팎 기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제언하는 구성이다. 신문 1면에 자기 기사가 들어가는 게 싫은 기자, 번아웃이 온 기자, 무한경쟁 온라인 기사로 고통받는 기자, 뻗치기를 하다 서러워진 기자 등을 통해 그 이면에 놓인, 어떤 공고한 환경을 집중 전달한다. 사안 자체는 물론 일정 조율, 준비 과정까지 만만한 구석은 없지만 “매체나 기자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목소리가 아니라 익명으로 했는데도” 때때로 동료들에게 들키는, 보상(?)이 따를 때도 있었다. “힘들죠. 피드백이 많진 않고요. 보상으로 다가오는 건 저희끼리 얘기를 하면서 스스로 마음에서 뭔가 정리가 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겠네요. 모이는 자체도 사실 쉽지 않은데 서로의 정신적 방파제 역할을 하는 효과가 있는 거 같고요.”(솔개)

10년차. 호랑 기자는 이 연차를 “주니어 때보다 생각이 많아져서 ‘진짜 아니다’ 싶어 업계를 떠나거나, 번아웃을 한두번 겪고도 언론사에 있기로 결심했는데 너무나 답답함을 느끼는 시기”로 설명한다. 대다수 고민은 언론사의 당면 과제 자체이고, 불행히도 경험의 산물이었다. 다람쥐 기자는 “2년차까지 출입처만 5~6번 바뀌었다. 커리어를 말하면 사치스러운 이의제기라 생각한다. 언론사엔 인사·조직관리 영역이 없다. 팀은 있지만 없다. 독자들이 신문을 안 읽어서가 아니라 바뀐 세상에 맞게 기자를 길러내고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없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말한다. 변화는커녕 이 같은 얘기들이 언론사 내부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기자들의 번뇌로만 남는 지점이 가장 큰 실패일 것이다. ‘당구뉴스’는 그 증거다.

다람쥐, 솔개, 호랑 기자는 16화까지 팟캐스트를 내고 잠시 휴식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날로 언론사에서 토론과 언쟁이 사라지는 시기, 언론사 구성원들이 내외를 향해 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자체로 의미는 작지 않다. 언론사야말로 그 사소한 충돌이 기사 품질, 업의 본질과 직결되는 곳이란 점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기자들)만 그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말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혼자 ‘내가 뭘 잘못하고 있지’ 고민하고 고군분투하면 외롭잖아요. 현장 기자들 생각을 오히려 선배 기자들이 궁금해 하는 시절 아닌가 싶고요. 예의만 지켜서 얘기하면 생산적인 이야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솔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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