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전통의상' 저항 운동..탈레반 "남녀 따로 일해야"

윤기은 기자 입력 2021. 9. 1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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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아프간 여성이다

[경향신문]

탈레반의 여성 복장 제한 규정에 맞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려한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고 있다. 아프간 여성 언론인과 인권운동가, 사학자(왼쪽부터)는 “이것이 아프간 여성의 모습”이라며 “검은색 부르카가 아프간 문화였던 적은 없다”고 썼다.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의 고위 인사가 학교에 이어 직장에서도 여성이 남성과 함께 있을 수 없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려한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며 여성 인권 탄압 정책을 하나둘씩 발표하는 탈레반에 저항하고 있다.

탈레반 고위인사 와히둘라 하시미는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면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남녀가 한 지붕 아래 같이 있을 수 없다”며 “남녀가 함께 일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은행, 미디어 등 일부 직종에서는 여성들이 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집 밖에서 남성과 여성의 접촉은 병원 진료 같은 상황에서만 허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시미는 “교육, 의료 등에선 여성이 필요할 것”이라며 “여성을 위한 별도의 병원, 학교 등 분리된 시설을 만들겠다”고 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하시미의 발언이 새 내각의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여성들의 출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미디어와 금융권은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아프간 여성들이 대거 진출한 분야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 노동 참여 비율은 지난 탈레반 집권기 시절 사실상 0%에서 지난해 23%를 기록했다.

앞서 탈레반은 대학교에서 남녀합반은 불허하며, 여성들은 학교에 나올 때 머리카락을 가리는 복장을 갖춰야 한다는 등의 규칙을 지난 12일 발표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거리 시위에 이어 SNS에서도 탈레반 저항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에 사는 아프간 여성들은 여학생 복장 제한을 발표한 탈레반에 맞서기 위해 화려한 아프간 전통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올리고 있다. 사진 속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얼굴을 공개했다.

SNS 시위에 동참한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이 강요한 히잡과 검은색 의상이 아프간의 전통 의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프간 출신의 BBC 기자 소다바 하이데어는 “이것이 아프간 여성의 모습이고, 전통 의상이다. 우리는 다양한 색을 좋아한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에 거주하는 인권운동가 스포즈메이 마시드는 “검은색 부르카가 아프간 문화였던 적은 없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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