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추 계속" "전면 중단"..산유국 노르웨이 '기후변화 갈등'
[경향신문]
총선서 과반 차지 좌파 연합
노동당 맞서 녹색당 등 반기
수출액의 41% 의존 ‘딜레마’
산유국 노르웨이가 석유 생산 중단 여부를 두고 기로에 서 있다. 13일(현지시간) 열린 총선에서 좌파 정당 연합이 과반석을 차지하며 승리를 거뒀지만, 좌파 연합을 이끈 노동당은 자국의 석유 시추 작업을 중단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좌파 연합에 참여한 녹색당과 적색당 등 다른 정당들은 빠른 시일 내에 석유 생산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노르웨이 국영 NRK방송은 이날 열린 총선 개표를 마친 결과 노동당, 중앙당, 사회주의좌파당, 적색당, 녹색당 등 5개 좌파 정당 연합이 169석 가운데 100석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여당인 보수당을 비롯한 우파 연합은 68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8년간 집권한 보수당의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노동당 대표인 조나스 가르 스토에르 내각이 출범할 예정이다.
좌파 연합에 동참한 정당들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대체에너지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정책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자국 석유 탐사 및 시추를 지속할지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녹색당은 2035년까지 석유 시추 작업을 전면 종료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녹색당은 노동당이 석유 생산을 완전히 멈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연정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8석을 확보한 적색당도 석유 생산 전면 중단을 요구했으며, 13석을 확보한 사회주의좌파당도 “급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스토에르 대표는 좌파 연합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을 끝내는 것은 옳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동당은 석유 및 천연가스에 대한 경제 의존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노르웨이 수출액의 41%와 정부세입 14%는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에서 나올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르웨이 인구 530만여명 중 16만명 이상이 관련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노르웨이에서는 탄소배출의 주요 원인인 석유 탐사 및 생산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여름 유럽 지역에 이례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며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약 4%에 불과했던 녹색당의 지지율이 지난달에는 6%까지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48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은 전체 의석 절반에 미치지 못해 석유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다른 정당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로뉴스는 “노르웨이 선거는 이 나라 석유 시추의 종말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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