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집트, '이·팔 평화' 논의
[경향신문]
하마스에 골 아픈 이스라엘
미국 지원금 원하는 이집트
이해 맞물려 10년 만의 회담
‘2국가 해법’ 전제조건 제시
평화협상 실행 가능성 낮아
이스라엘과 이집트 정상이 만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2011년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와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만남 이후 10년 만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와 휴전을 원하는 이스라엘과 이·팔 갈등 중재를 지렛대로 미국의 인정을 받으려는 이집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집트는 ‘2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중동의 포괄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2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된 국가로 이스라엘과 공존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면서 베네트 총리에게 이·팔 평화협상 재개를 위한 국제평화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이 전했다. 베네트 총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안정과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인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이집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화답했으나, 평화협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번 만남은 이스라엘이 사흘째 가자지구 공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사됐다. 이스라엘은 지난 5월 하마스와 ‘11일 전쟁’을 끝낸 뒤에도 하마스와 교전을 벌여왔다. 하마스의 방화 풍선, 로켓포 발사 등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던 이스라엘은 안정적인 휴전 상태를 원한다.
이집트로서는 이·팔 갈등 중재를 계기로 미국의 환심을 사고 싶어 한다. 2013년 쿠데타로 집권한 엘시시 대통령은 인권운동가와 야당 인사들을 탄압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이집트가 인권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연간 13억달러(1조5240억원)에 달하는 군사 원조를 줄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극우파를 핵심 지지 기반으로 둔 베네트 총리가 ‘2국가 해법’을 전제하는 평화협상 재개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이스라엘은 포로 교환 등을 전제로 하마스와 장기 휴전을 모색할 수는 있다. ‘11일 전쟁’으로 기반시설이 파괴되는 피해를 겪은 하마스로서도 이집트의 중재를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일 수 있다. 하마스는 매달 카타르가 보내온 지원금 3000만달러(352억원) 중 1000만달러(117억원) 전달을 여전히 이스라엘로부터 봉쇄당하고 있다.
베네트 총리와 연정을 꾸린 중도 성향의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지난 12일 하마스가 공격을 멈추는 대가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기반시설을 재건해주자는 협상책을 제시했다. 다만 이 방안이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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