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도 귀성 포기에..'벌초 대행' 서비스 40% 급증

용인=윤종열 기자 2021. 9. 14. 21: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산에 "용돈만 부쳤어요"
지역따라 체감 경기도 상당한 차이
광주지역 시장 등 손님 늘어 활기
대유행 지속되는 울산은 경기 부진
경북 의성군은 출향한 자녀들에게 귀향 자제 메시지를 전하는 ‘의성메아리’ 1만2,000부를 발송해 전국에 보냈다. /사진제공=의성군
추석을 앞둔 14일 오후 울산 도심에 있는 남구 신정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서울경제]

“고향에 계신 부모님 모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아이들과 아내, 제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아 이번에는 용돈만 부쳐 드렸네요. 다음 설엔 꼭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김모(48) 씨는 올해 초 개인적으로 부모님을 만나긴 했지만 지난해 추석부터 명절 귀향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진행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번 추석도 용돈으로 대신했다. 매년 하던 벌초도 올해는 농협에서 하는 대행 서비스에 맡겼다. 묘소 2기에 30만 원을 동생과 나눠 냈다. 지방에 고향을 둔 김 씨의 직장 동료들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14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귀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2018년과 2019년 각각 1만8,750기와 1만7,008기였던 벌초대행 서비스가 지난해 2만4,422기로 급증했다. 농협은 올해 목표치를 40% 가량 늘린 3만3,000기로 잡았다.

농협 관계자는 “지속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친척 간에 모이기도 쉽지 않고 거리두기 제한까지 겹치면서 벌초대행 서비스가 늘고 있다”며 “이전까지 직접 벌초를 했던 분들도 현재는 부득이하게 벌초대행업체를 선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신모(39) 씨는 이번 추석에는 고향인 경남 거창군에서 가족들과 모이기로 했다. 신 씨는 “부산 지역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다소 잠잠해지고 부모님도 모두 백신을 맞은 상태라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며 “1년 넘게 가족들이 못 모이면서 상의 끝에 이번에는 꼭 모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지역별 체감 경기도 달라지고 있다. 수도권에 확진자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확산세가 더딘 지역은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활기를 띠고 있다.

광주 지역 최대 도매시장인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은 추석을 앞두고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늘었다. 서부농산물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올해 추석은 과수 시세도 좋고 평년보다 물량 확보도 많이 늘어 지난해 추석보다 나은 상황”며 “다만 일반 손님들의 매출은 지난 추석 때와 마찬가지로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4차 대유행이 지속하면서 인구 비례로 보면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의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울산은 경기가 신통치 않다. 울산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51) 씨는 “올해 추석 선물은 인터넷으로 모두 주문했다”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심각한 상황이라 시장을 돌며 직접 물건을 사기 껄끄럽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을 올해 크게 늘렸다.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는 카드 사용내역으로도 나타난다. 신한은행이 최근 발표한 ‘추석판 눈치코치 금융생활’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첫해인 지난해 추석 직전에는 전년보다 출금이 줄었고 이체가 늘었다. 출금은 횟수와 금액에서 각각 18%, 5% 감소했고 이체는 각각 8%, 38% 증가했다. 이체 규모도 건당 평균금액이 1년 사이 20% 증가했다. 이체 메모 키워드에서는 부모님이 차지하는 비중도 156% 늘었다.

이는 전통시장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울산 도심에 위치한 신정시장 상인 A 씨는 “코로나에 이젠 사람들이 제사도 안 지내는 것 같다”며 “지난해 추석보다 못하고 올해 설보다도 더 못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농어촌 지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귀향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 추석에 귀향 자제 동영상을 제작해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경북 의성군은 올 추석에도 출향한 자녀들에게 귀향 자제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어르신과 손주가 주고받는 영상 편지의 장면을 표지 사진으로 담은 소식지 ‘의성메아리’를 타 지역에 있는 1만2,000명에게 발송하며 안전한 추석 보내기를 당부하고 있다. 의성군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확산의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만큼 소식지를 통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당부 메시지를 출향민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용인=윤종열 기자 yjyun@sedaily.com부산=조원진 기자 bscity@sedaily.com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광주=김선덕 기자 sdkim@sedaily.com의성=손성락 기자 ssr@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