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 미하엘 엔데 [최재용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조직에서 리더, 실무자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 중 하나는 바로 경청(傾聽)이다. 미하엘 엔데가 쓴 책 이름이자 주인공 이름인 ‘모모’는 경청 능력이 뛰어나다. 작고 어린 고아지만 마음을 다해 경청하는 재능으로 마을 사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사람들은 고민이 있거나 이야깃거리가 있을 때면 모모를 찾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사람들은 시간을 절약해야 하고 더 많은 것을 가져야만 한다는 강박에 쫓긴다. 모모와 대화하는 시간마저 쓰지 않는다. 시간을 돈처럼 저축해 사용할 수 있다는 악당 회색신사들의 그럴듯한 말에 속아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거짓된 시간의 효율성, 성취의 망상에 빠졌다. 절약한 시간만큼의 여유는 누리지 못하고 되레 시간에 대한 강박만 더 심해져갔다.
단, 모모만 예외였다. 모모는 시간 관리자(호라박사)의 도움을 받아 마을 사람들을 시간 강박으로부터 구하고, 예전의 삶을 되찾는다. 소설 <모모>는 꽤 오래된 소설임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시간과 경청이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지만 한편으론 가장 부족한 점이기 때문일까.
나는 지난날 밀레니얼(MZ)세대의 표현으로 ‘일며드는(일+스며들다) 삶’을 살았다. 나 역시도 소설 속 마을 사람들처럼 거짓된 시간의 효율성과 성취의 망상에 언젠가 그 시간들을 다시 찾아 누릴 것처럼 산 것이다.
최근 인사혁신처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직문화 바꾸기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눈치야근은 그만, 휴가는 자유롭게, 관계는 평등하게, 근무는 유연하게 등의 내용을 담았는데 시간을 자율적으로 쓴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다. ‘세대 간의 화합,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오랜 고민의 답을 ‘경청’으로 찾아가고 있다. 경청하는 자세가 언제나 필요한 이유다. 지금 우리에게도 ‘모모’는 필요하다.
최재용 | 인사혁신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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