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거 없이 사회적 경제 비난한 오세훈, 정치행보 지나치다
[경향신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3일 박원순 전 시장이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벌인 사업들을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이름으로 브리핑을 하면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 사회투자기금, 태양광 지원, 사회주택 사업 등을 해온 시민단체를 ‘다단계 조직’에 비유하는 것도 모자라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전락했다”는 말도 했다.
오 시장이 몇몇 사업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감사를 지시한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인건비 비중이 절반이 넘거나 사회투자기금의 경우 특정 단체에 기금 운용을 맡기면서 위탁금 명목으로 약 40억원을 지급한 것은 검증해야 할 대목이다. 문제는 이 사업의 적절성 여부나 비위 개입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오 시장의 주장이 왜곡과 비방, 날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오 시장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방만하게 운영되는 현장도 보았다”며 인상 비평으로 시민단체를 비난했다.
지난 3일에는 시의원들이 비판하자 오 시장은 회의를 보이콧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자신은 마음껏 비판하면서 시의회의 지적은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주장으로 과도한 정치 행보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가 시민사회와 협력해 사업을 벌여나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사회적기업 육성은 이미 관이 주도하는 일방적 행정 서비스에서 벗어나 시민 스스로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선진적 사업 사례로 손꼽혀왔다.
오 시장 스스로도 민간의 시정 참여를 도모하고, 공무원 조직이 갖추지 못한 지식과 경험을 접목해 더 나은 행정을 펼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래놓고 오 시장이 이들 사업에 참여한 시민단체 전체를 매도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자칫 공공기관과 사회적기업 간의 협치 성과를 무시하는, 시대를 거스르는 퇴행적 조치가 될 수 있다.
그런 뜻이 아니라면 오 시장은 사회적 경제와 관련 사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사회적기업 운영에 오류나 비위가 있었다면 서울시청의 자체 감사와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로 바로잡으면 된다. 보수층 지지 확보를 의식해 ‘박원순 정책 지우기’에 집착한다면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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