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 어려운 北 순항미사일.. 방공망 허점 우려 쏟아져

박수찬 2021. 9. 1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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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사시 대응능력 논란
군당국, 北 발사 때 즉각 공개 안 해
저공비행.. 일각 탐지능력 한계 지적
中 전문가 "은폐성 강해 방어 무력화
주한미군 사드 등 타격 가능성" 주장
군 "남쪽 향하는 건 충분히 요격 가능"
서욱 국방 "식별 맞다.. 초기 분석 중"
서욱 국방부 장관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1회 정기회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북한이 지난 주말 시험 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관련해 군이 보유한 감시·정찰(ISR) 자산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는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반도 유사시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순항미사일 실시간 탐지가 어려운 이유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14일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관련 동향을 계속해서 정밀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월과 3월 북한이 수차례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군 당국이 즉각 공개하지 않았던 전례를 들어 방공망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군은 “모든 순항미사일 발사를 공개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낮은 고도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 탐지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북한이 시험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발사 직후 수㎞ 높이까지 솟아오르지만, 대부분의 비행고도는 이보다 훨씬 낮다. 군 당국은 시험발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신형 유도무기를 시험한 전례로 보면 함경남·북도와 인접한 동해 북부 해안이나 바다를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 곡률 등을 고려하면 휴전선 이남에 있는 군 장거리 레이더로는 탐지가 쉽지 않다.
7580초 비행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그동안 개발했던 순항미사일 가운데 이번 미사일의 사거리가 가장 길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시험발사 동향을 실시간 관찰하려면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 레이더 등 감시장비를 추가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한반도 유사시 최소한의 감시장비로 한반도 중부·남부 지역을 방어하는 것이 우선순위인 만큼, 북한 동해 북부 해상 감시를 위한 탐지장비 추가 여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섞어 쏘기’ 위험 지적에 군 “요격 가능”

북한 순항미사일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중국 미사일 전문가 리원성은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주로 저공 비행하며 은폐성이 강하고 비교적 강한 방어체계 돌파 능력을 갖춰 사드와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기지, 공항과 같은 전략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항미사일은 저고도에서 비행하며 방공진지를 회피할 수 있는 반면 탄도미사일은 높은 상공과 대기권 밖을 비행하기에 상호 보완적이며 일장일단이 있다”며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함께 발사하면 타격의 성공률을 높인다고 소개했다.

군은 북한이 실제로 남쪽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다면, 이를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와 PAC-3, 천궁-Ⅰ 등으로 구성된 방공망이 한반도 중부와 남부 지역에 구축되어 있다. 패트리엇 성능개량 사업과 천궁-Ⅱ,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배치도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시험발사 감시도 중요하지만, 전면전 가능성을 고려하는 군 입장에선 한반도 유사시 북쪽에서 남쪽으로 오는 미사일 위협 대응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남쪽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충분히 탐지·방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욱 “북한 미사일 탐지” 반박

군이 북한 순항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확산하자 국방부는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비행거리나 고도 등 북한 측 주장을 검증할 만한 세부 자료는 밝히지 않아 논란을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북한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관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질의에 “미사일 발사가 사실이다. 한·미 연합 자산으로 탐지했다”며 “초기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언론이나 야당 의원이 한·미 연합 자산으로 식별 못 했다고 했는데 식별한 것이 정확하냐”고 묻자 서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서 장관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의도에 대해서는 “8차 당대회에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에 따른 시험발사인 것으로 평가되고 이것을 공개한 것은 무력시위 성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2000년대 초부터 그들이 그런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동향은 알고 있었다”며 “축적된 기술을 통해 신형 순항미사일 개발을 본격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찬, 최형창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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