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달러 들썩.. 무역흑자 두달 연속 반토막

조재희 기자 2021. 9. 1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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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초 무역수지 15억달러 적자

지난 8월 우리나라 수출은 작년보다 34.9% 급증한 532억3000만달러(약 62조2500억원)를 기록하며 8월 기준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수입도 폭증하며 무역흑자 규모는 16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36억5000만달러)의 절반에 못 미쳤다. 지난 7월 17억7000만달러에 이어 무역 흑자 규모가 전년 대비 두 달 연속 반 토막 난 것이다. 게다가 9월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는 약 1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 증가세가 수출 증가세를 웃돌면서 무역 수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 원자재값 상승세와 달러 강세가 심화될 경우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수입 사상 최대 기록

국내 수입은 지난 4월 508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 5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7월에는 사상 최대인 537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선 10일 만에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최단 기간 안에 수출 4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사상 최고 수출 기록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며 수출 호조를 강조했지만, 수입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무역 흑자 급감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 때문이다. 특히 원유·유연탄의 가격이 급등하며 수입액이 대폭 늘었다. 국내 에너지 수입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 국제 가격은 지난해 40달러대에서 올해 70달러대로 급상승했다. 석탄값도 올 들어 배로 올랐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조상현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들어 투기 수요까지 원자재 시장에 유입되고 있어 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탄소 중립이 부각되면서 에너지 분야 투자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집중되고 신규 유전·광산 개발이 지체되는 것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전 세계 석유 채굴 투자액은 3290억달러(약 385조5000억원)로 2014년 8070억달러(약 945조6000억원)의 절반에 못 미쳤다.

◇달러 강세, 미·중 시장 둔화도 우려

달러가 강세 보이는 것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1150원 아래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13일 1175원까지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연내에 12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1080원대까지 떨어졌던 연초와 비교하면 10% 가까이 오른 셈이다. 달러 강세는 달러로 대금을 받는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입 가격 상승을 가져와 흑자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1, 2위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 상황도 부담이다. 중국 소비지수는 지난 8월 48.90을 나타내며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인 50 아래로 내려갔다. 50 아래를 내려가기는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도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연말 경기가 기대만큼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 직장 복귀를 잇달아 내년 초 이후로 연기하는 것도 소비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수입 증가는 지속되는 반면, 수출은 줄어들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요가 위축되는 상태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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