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할 때면 늘 사직서를 꺼낸다" 그의 지갑엔 뭐가 있길래

김은정 기자 입력 2021. 9. 14. 20:32 수정 2021. 9. 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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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의 대세가 된 PLCC

‘내 아이돌을 지갑 속에.’

신한카드가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와 손잡고 ‘BTS(방탄소년단) 카드’로 불리는 ‘위버스 신한카드’를 14일 출시했다. BTS가 입점한 글로벌 팬 플랫폼인 위버스샵(월간 활성 이용자 수 530만명) 소비에 특화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다. PLCC란 스타벅스나 대한항공처럼 특정 브랜드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특화된 혜택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말한다.

BTS 사진이 새겨진 카드를 소장할 수 있는 데다 만 14세 이상의 미성년자도 체크카드 형태로 발급받을 수 있다 보니 벌써부터 아미(BTS 팬클럽)들의 관심이 뜨겁다. 위버스샵에서 아티스트 공식 상품(굿즈) 등을 구입하면 이용 금액에 대해 최대 4%의 위버스샵 캐시를 적립해준다. 8조원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아이돌 팬덤 경제를 겨냥한 신한카드의 승부수다. 그간 주요 대형 유통사, 이커머스 업계 등과 손잡아 온 카드사의 PLCC 형태가 한층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블랙핑크 카드, 네이버카드 등 카드사마다 앞다퉈 출시

요즘 카드사들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 이색적인 PLCC를 선보이고 있다. BC카드는 지난 7월 아이돌 블랙핑크와 손잡고 ‘BC 블랙핑크카드’를 출시했다. 개성 표현을 중시하는 MZ 세대 취향에 맞춰 카드 플레이트에 아이돌 이미지를 넣고, 음원·티켓 등 팬덤 서비스 결제 시 최대 10%의 청구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PLCC ‘원조’인 현대카드가 지난달 네이버와 합작해 내놓은 PLCC는 네이버 결제 시 최대 10%를 적립해주는 높은 혜택으로 12영업일 만에 3만6000장이나 발급됐다. 현대카드는 지난해에 스타벅스, 배달의민족과 콜라보한 PLCC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만 13종의 PLCC가 쏟아져나온 가운데, 좀 더 소비자 눈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열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14일 BC카드는 업계 최초로 인기 웹 예능 프로그램 ‘워크맨’과 손잡고 직장인을 위한 ‘始發(시발)카드’를 출시했다. MZ세대 용어인 ‘시발비용’에서 카드명을 본뜬 것이다. 시발비용이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홧김에 지출하는 충동 소비를 뜻한다.

카드 디자인으로 ‘사직서’ 등의 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스트레스를 풀 때 많이 쓰는 배달음식·쇼핑·택시 등에서 사용 시 높은 할인 혜택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무리 웹 예능 콘셉트를 따른 것이라지만 욕을 희화화한 용어를 카드 이름에 차용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화제를 모으기 위한 카드사의 마케팅이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차별성 없는 PLCC 양산은 독

하반기에도 20여 종의 PLCC 출시가 예고되는 등 PLCC 발급은 카드업계의 확실한 대세로 자리 잡았다. 2015년 현대카드가 업계 최초로 이마트와 합작한 PLCC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카드사들 반응이 시큰둥했는데 상황이 반전됐다. 여신금융협회 등 자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모집인 수는 8533명으로 2017년에 비해 48%나 줄어든 데 반해 PLCC 수는 4배 이상 늘어났다. PLCC가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이 된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PLCC는 카드 모집인을 활용할 때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며 “게다가 제휴하는 유통사의 충성 고객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웬만하면 흥행이 보장되다 보니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PLCC는 제휴사와 비용과 수익을 분담하기 때문에 상품 출시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마구잡이식 PLCC 열풍이 카드 남발, 휴면 카드 급증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PLCC 파트너사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며 ‘부실 검증’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월 KB국민카드와 연내 PLCC 출시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던 결제 플랫폼 머지플러스는 최근 미등록 사실이 드러나 급작스럽게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PLCC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며 “파트너사와의 협력, 특화된 혜택을 몰아준다는 본질이 빠진 PLCC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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