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원룸 빼 직원 월급주고 떠난 호프집 사장 가게 가보니 [르포]
가게 앞에는 출입 통제선이 처졌고, 문에는 자물쇠가 굳게 걸렸다. 문 앞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꽃 다발과 함께 급전·대출 안내 명함, 카드값 고지서가 놓여 있었다.
A씨는 지난 1999년 서울 마포구에 맥줏집을 열면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맥줏집이 입소문을 타면서 A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한때 4곳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뷔페를 할 때는 음식을 많이 해 복지재단에 보내는 등 베풀며 살았던 그에게도 코로나19는 모질었다. 매출은 절반 이하로, 다시 또 1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거리두기와 영업제한 조치가 강화된 뒤로는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1000만원에 달하는 월세와 직원 월급을 A씨 혼자 감당하기엔 벅찼다. A씨는 지난달 31일 지인에게 한 연락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달 7일 숨진 채 발견된 그는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자 거주하던 원룸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직장에서 일하는 한 40대 시민은 "여기 자주 왔는데 장사 잘됐던 곳"이라며 "딱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시민은 "뉴스에 나온 그 가게가 이곳이냐. 아휴, 세상에 참 어떡하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70대 시민은 가게 문을 한참 바라보다 "자식도 있을 텐데 조금만 더 버티지. 이제 백신도 많이 맞았는데"라며 눈시울을 훔쳤다. 탄식하는 시민의 뒤에는 A씨가 체납한 85만원 상당 전기요금 청구 고지서가 벽에 붙어 있었다.
안타까워하는 건 근처 자영업자들도 매한가지였다. 주변 가게들은 곁에서 일어난 비극이라 더 남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1000만원이 뭐냐. 지금 장사하는 사람 중에 억대 빚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A씨가) 얼마나 괴롭고 무서웠겠느냐"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영업시간·인원 제한 등 현 방역 지침 대신 개인과 업소의 자율에 맡기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체는 "죽음까지 내몰리는 극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희생 없는 '위드 코로나' 전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기준 음식점·주점업의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는 77.0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소매판매액지수를 100으로 기준 잡았을 때 수치다. 불변지수가 낮다는 건 물가를 고려한 자영업자들의 실질 매출액이 적다는 의미다. 77.0은 지난 2010년 이래 최저치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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