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脫중국 가속화] 美中갈등·규제리스크로 '득보다 실' 판단 발 빼는 기업 늘어

김위수 2021. 9. 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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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상승에 사업기준 높아져
미국 견제로 불확실성은 늘어나
中공산당 규제강화 기조도 발목
"리스크 공유 시스템 구축 필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중국 생산법인(북경현대기차). 현대차 홈페이지

불과 10년 전까지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에서 기업들이 짐을 싸고 있다. 점점 심화되는 미중간 갈등과 공산당의 규제 리스크가 현지 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을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노동집약적인 측면이 큰 제조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이탈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14일 중국법인인 '닝보유한공사(영파법인)'의 철수 계획을 밝히며 현지 사업장 일원화를 통한 생산 효율성 제고를 그 이유로 꼽았다. 삼성중공업의 선박 블록 제작은 중국내 2개 사업장에서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를 생산성이 높은 법인으로 통합하겠다는 설명이다.

산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내세운 법인 철수 배경이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 대기업들의 중국 시장 철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내 산업 환경이 점점 더 녹록지 않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 및 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조업 뿐만 아니라 인력수요가 큰 업종을 위주로 국내 기업들의 탈(脫)중국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비용 오르는데…불확실성은 커진다=값싼 노동력과 광대한 내수시장의 규모는 중국에 공장을 세운 기업들이 가장 눈여겨봤던 장점이었다. 십여년전까지만 해도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뒤떨어지다보니 현지 사업을 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쉽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부추겼다.

빠른 속도로 일어난 중국의 경제성장은 기업들의 사업지형을 완전히 바꿔놨다. 인건비가 상승하며 현지 공장 설립으로 기대했던 비용절감 효과가 쪼그라들었고, 안전·환경·위생 등에 대한 기준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높아지며 사업 환경이 까다로워졌다.

이처럼 비용이 상승한데 반해 기업들이 떠안아야 할 불확실성은 늘어났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하며 발발한 미중 무역분쟁이 대표적이다.

이원석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연구위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로 미국과 중국 공급망을 아우르는 기업들이 어려워졌다"며 "과거에는 가격만 맞으면 사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하루아침에 시장원리와 상관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불이익이 생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 공산당의 규제 강화 기조도 기업인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최근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 공산당은 빅테크·사교육·엔터테인먼트를 겨냥한 강력한 규제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홍색규제'가 국내 제조업에 닿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언제 상황이 급변할지 모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정부가 집권하는 이상 규제 정책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탈(脫) 중국 나서는 K-제조업…변화하는 밸류체인=국내 제조기업들의 중국 이탈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인 박승찬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업종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노동력의 집약이 필요한 제조업의 경우 탈중국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10을 벌면 5가 비용으로 나갔는데, 지금은 비용으로 7~8이 나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은 중국의 대안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을 지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중국에 있던 스마트폰 공장과 PC공장, TV공장의 가동을 멈춘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터를 잡았다. 지난 2019년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공장 설립을 시작한 현대차도 올해 들어 중국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직접적인 사업 이전은 아니지만, 생산의 무게중심을 동남아로 옮기는 모습이다.

완성품 제조사들이 동남아에 거점을 형성하며 부품사들도 동남아로 향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C, 일진머티리얼즈 등의 동남아 신규 투자가 눈에 띈다. 산업 밸류체인 전반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동남아행이 반드시 해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동남아로 향한 기업들이 이미 많은 만큼 부지 선정, 구인 등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공급망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다보니 부품 조달에 있어 부침도 겪고 있는 사례도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우 알맞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제품을 중국 시장에 공급할지, 생산만해서 다른 나라로 수출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다양한 경영상의 리스크를 헤지하거나 이전하기 위해 중국측 파트너사와 리스크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에서 생산한다면 내수시장을 노려야 하고 미국 시장을 위해서는 한국 혹은 현지 공장 생산체제가 필요한 시대가 왔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많은 고용을 창출하거나 기술력이 뛰어나는 등 자국 발전에 도움을 주는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대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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