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사주의 덫' 결국 누가 걸려들까

박양수 2021. 9. 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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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콘텐츠에디터
박양수 콘텐츠에디터

대선 유력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6개월 후로 다가온 내년 대통령 선거의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새로운 정황과 베일 속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 의혹이 어디로 튈지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단 하나 분명한 건 오래 끌면 끌수록 야당에게 결코 유리할 게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의 아성은 단단해 보인다. 지지율 20%대의 박스권을 넘진 못하지만, 2위 이낙연 전 대표의 추격을 좀체 허용치 않는다. 반면 야권에선 윤석열 후보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는 대신 홍준표 후보가 부상하는 양상으로 변했다. 거기에 '고발 사주' 의혹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보긴 힘든 상황이다.

'고발 사주' 의혹은 현재로선 역대 선거에서처럼 공작정치로 드러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누가 과연 덫을 놓았을까. 현직 국정원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야권 라이벌인 홍 후보 캠프측 인사까지 등장하는 모양새여서 영 찜찜하다. 야권 일부 의원 중에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가해진 네거티브 공세 '생태탕 시즌2'에 비유하는 이도 있다.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이 "정치공작의 대가 박지원의 주도로 국정원, 검찰, 공수처, 좌파 언론이 공조한 '초대형 막장 정치공작'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에 의혹의 화살을 돌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치 공작의 말로는 항상 비참하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는 이 대통령의 하야와 이기붕 가족의 몰락이란 비극을 잉태했다. 2002년 유력 대선후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치명타를 안긴 '김대업 병풍공작 사건'은 정권의 색깔까지 바꿔놓았다.

흔히 여론조작과 마타도어, 부정 선거 등의 정치 공작은 판세가 불리한 쪽에서 꾸민다. 기획자와 폭로자, 확대재생산 가담자 등 배후 세력이 역할을 나눠 은밀하게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대부분 의혹이 실체 규명 없이 마무리된다. 당하는 쪽에선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아무도 그 책임을 묻지 않는다. 사건을 기억하는 국민도 거의 없다. 자꾸 부도덕한 욕망의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튀는 자가 먼저 도태된다'는 말처럼 지지율 선두권에 서 있는 윤석열에겐 여야 할것 없이 무차별적 공세가 쏟아진다. 윤 후보 본인은 물론이고, 장모와 부인도 대상이다. 여권과 문 대통령 지지층에서 윤석열에게 정치 보복의 칼을 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한때 문 대통령에 의해 발탁됐다가 이젠 대척점에 선 윤 후보에게 '배신자' 낙인을 찍은 그들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야당의 태도다. 윤석열 한 명을 잡기 위해 공수처와 검찰까지 총동원돼 공격하는 데도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할 야당의 대응은 지리멸렬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야당다운 패기도, 우리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사주 고발' 의혹의 진원지가 여권이 아니라 야당 내부일 것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진보는 부패로 망하고,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나. 오죽 했으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후보에 대해 "파리 떼에 둘러싸여 5개월간 헤맨 것이 현주소"라고 했을까 싶다. 앞서 그는 윤 전 총장에게 입당을 최대한 늦추고 외연 확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었다.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여권의 대선 전략이 크게 바뀌었다. '내로남불' '무능' '불소통'으로 국민적 울분을 사던 문 대통령의 '말'이 없어졌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장거리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데도 청와대는 우려 표명조차 않는다. 문 대통령의 존재감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여권 후보들도 문 정권과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는다. '정권 재창출'이란 목표 아래 전 여권이 철저한 역할 분담에 들어간 것이다.

여권이 '미래'를 얘기해가며 차곡차곡 대선을 준비하는 동안 야권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싸움의 상대가 여당의 대선 후보지만, 여전히 '문재인 그림자'에 헛주먹질을 해댄다. 문 정권의 실정(失政)에 등을 돌린 많은 국민이 야권에 절실히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덫에 걸려 허우적거려서야 감히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있을까. 정권교체의 길이 갈수록 멀어져 간다.

박양수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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