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동학개미 막 내린 초저금리 대응 어떻게

김규식 2021. 9. 1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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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 증시 영향
단기적으론 금리 인상보다는
美 테이퍼링 시점에 더 민감
장기적으론 수급에 영향 미쳐
개미, 올해 코스피 71조 순매수
'빚투' 열풍에 신용잔액도 최다
하루 거래대금은 절반으로 '뚝'
개인 투자자금 빠져나가면
코스피 방어막 약해질 수도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연 0.5%인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 높이기로 결정했다. 사상 최저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올린 것이다. 지난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자 한은은 기준금리를 0.5%까지 끌어내렸는데, 가계 빚이 사상 최대치인 1806조원(올해 2분기 기준)까지 급증하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증권가는 한은이 11월 추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올려 1.0%로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0%대 금리'는 올해 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기준금리를 올리면 증시에 반드시 악영향을 미칠까. 이 같은 명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것이 정설이다. 과거와 같이 외국인 투자자의 힘이 증시 전반을 좌우한다면 '미풍'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투자자의 힘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시각이 혼재한다. 증시 동향을 과거의 관성에 따라 파악하기보다는 사회 전반의 자금 흐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단기적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는 별개로 코스피는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 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는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해 '천수답' 증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외면하고 부동산 투자에 '올인'하면서 전날 미국 뉴욕 증시가 재채기를 하면 다음 날 한국 증시는 감기에 걸리는 흐름을 반복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아무리 올려도 달러당 원화값에 변동이 없다면 증시는 미풍에 그치고 마무리되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6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로 이달 13일까지 코스피는 0.6% 하락했을 뿐이다.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언제 단행할지 여부에 따라 한국 증시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통화정책 동향보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이 더욱 힘이 세다는 의미다.

문제는 중장기적인 추세다. 증권가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 증시의 중장기적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코스피가 'V자' 반등에 성공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불어닥친 결과인데, 올해 또한 개인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1조105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전체 개인의 순매수액이 47조4907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개인은 사실상 코스피 등락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의 수급 동향은 한은 기준금리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이는 가계부채 동향을 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 빚(가계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을 합친 금액)은 전년 대비 10.3% 급증한 180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강해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으로 증권사가 고객에게 제공한 신용융자 잔액은 25조5751억원에 달한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21조1388억원이었는데, '빚투'가 기승을 부리면서 신용융자 잔액은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반면 투자자 예탁금은 반대로 줄어들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같은 기간 투자자 예탁금은 61조28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1월 말 68조172억원에서 감소한 수치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중금리가 줄줄이 올라가고 사회 전반에 디레버리지 분위기가 확산되면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크게 감소할 수 있다.

개인이 주식을 대규모로 사고 있지만 투자 열풍이 점차 사그라드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일평균 거래량은 130만4699주였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대금은 26조4778억원에 달했다. 올해 1월 코스피가 단숨에 '삼천피(코스피 3000)'를 달성하면서 천장을 뚫자 주식 투자 열풍이 불어닥친 것이었다. 하지만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14조3675조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신용융자 잔액은 늘고 있지만 주식 거래는 예전만 못한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점차 투자 열풍이 사그라들면 코스피가 하락할 때마다 방어하던 개인의 투자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초저금리 시대'의 종말이 코스피 급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국 증시 또한 종목별로 차별화되는 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경기가 '피크아웃(경기가 정점에 도달한 뒤 하락)' 우려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 가는 만큼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자체가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개인 투자자금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종목 분석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김세헌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투자자 예탁금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개인의 증시 이탈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면서 "개인의 매수세는 지난해와 같이 증시의 강력한 상승 동력이 되기보다는 저가 매수 형태로 수급상 지수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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