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홀로 감당할 범위 넘어"..2030 탄소감축 속도조절론까지

문승관 2021. 9. 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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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차원서 탄소중립 부담 나눠야"..인센티브 요구
"목표 달성 9년도 채 안 남았는데 현실적 대책 없어"
"2018년 대비 40% 감축 무리.."현장과 소통 필요해"
[이데일리 문승관 임애신 기자] 정부가 산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한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에 나섰다. 풍력, 태양광 등 에너지 전환과 함께 산업부문에서의 탄소중립을 주요 축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산업계도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데 공감하고 더는 기존 산업 축소가 아닌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4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김학동 포스코 사장,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사장, 이현준 쌍용양회 사장, 김형국 GS칼텍스 사장, 주현 산업연구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 온실가스 감축 주요기업 대표 및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주요기업 간담회’를 주재했다.

다만 정부가 정해둔 목표 달성을 위해 몰아치기식으로 단기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감축 방안을 내놓고 있다는 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속도 조절과 함께 제도 개선과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제도 개선과 인센티브 확대 필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14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과 관련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날 참석한 주요 기업들은 국내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76%를 배출하는 업종에 속해 있는데, 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수출하면서 2~3년 전부터 탄소중립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었다”면서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분야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면서 탄소중립이 새로운 경제질서로 대두한 만큼 이 부담을 특정 기업만 질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분담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제도를 바꿔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거나 공정을 전환할 수 있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기업들은 탄소중립 과정에서 기술 개발과 설비 교체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저(低)탄소 공정 전환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기업별로는 포스코가 배출권 거래제도 개선과 녹색투자 활성화 취지에 맞는 녹색분류체계 마련을 요청했고,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의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사업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쌍용C&E는 연·원료 대체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GS칼텍스는 배출권 거래제 상쇄 감축사업 인정비율 상향을 요청했다. 현대차는 수소차 충전 인프라 확충과 구매 인센티브 확대, 부품 생태계의 미래차 전환 지원을 언급했다.

이에 문 장관은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취약한 산업은 신산업으로 전환해 육성할 계획”이라며 “탄소중립 전환 투자 시 규제 특례 등의 내용을 담은 가칭 탄소중립 산업전환 특별법을 제정해 전방위적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화답했다.

목표 달성에도 속도 조절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 중 목표 달성 시한이 가장 짧은 국가라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기준연도로 삼은 해가 2018년인데 9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용성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2030 NDC를 위해서는 당장 9년밖에 안 남았다”며 “때문에 현실적인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정부에서는 산업별, 분야별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센터장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을 별개로 보지 말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달성이 발등에 불이라고 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한 단기적인 정책은 결국 이후에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역시 “2030 NDC를 위해 2018년 기준으로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것은 무리”라며 “앞으로의 8~9년은 미래기술이 아니라 현존하는 기술로 탄소를 감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NDC 목표 상향 조정도 이 같은 현실적인 기술 로드맵에 맞춰 이뤄져야 신뢰성 있는 감축목표를 이행할 수 있다”며 “우리 경제를 이끌고 뒷받침해 온 제조업, 이른바 ‘재래식 자본’을 ‘녹색자본’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 노력과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산업계와 소통을 강화해 현실적인 탄소감축 방안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의 정책과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산업 분야의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탄소 감축을 위한 방안을 위해 정부가 현장과의 소통을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 NDC 상향, 탄소세 도입, 배출권 거래제 수준 강화 등 규제 수단을 마련하고 강화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우리 제조업이 보유할 수 있는 단기적 감축 수단은 한계가 있다”며 “혁신기술 확보는 미래에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과도한 규제는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기후·환경규제가 실질적인 온실가스 저감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현실적 저감 여력을 고려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규제 도입과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승관 (ms730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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