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성차별 반대, '캔슬 컬쳐' 당한 아스테릭스

이두형 2021. 9. 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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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릭스, 땡땡, 럭키 루크 등 프랑스어권 만화 일부 캐나다 학교서 퇴출

인종·성차별 조장하는 표현 문제 삼아 "원주민 여성을 쉬운 여성으로 묘사"

디즈니 애니메이션, 나이키 운동화 등 '캔슬 컬쳐' 꾸준히 제기돼 

반발 커지자 일단 유보…다만 여전히 일부 문화 작품들 학교서 퇴출당할 수도

땡땡(Tintin)과 아스테릭스(Asterix), 럭키 루크(Lucky Luke) 등 프랑스 문화권을 대표하는 문화 작품들이 일부 캐나다 학교에서 퇴출당했다. 인종차별 또는 성차별 등 편견을 조장하는 문화를 거부하는 ‘캔슬 컬쳐’가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Cnews와 르도피네 등 프랑스 언론은 지난 9월 8일 라디오 캐나다를 인용하며 캐나다 프랑스어권인 온타리오(Ontario) 지역 내 학교에서 약 5,000권에 달하는 만화와 소설, 사전 등이 폐기됐다고 전했다. 이는 온타리오 주 내 약 30개 프랑스 학교들의 조직인 기독교 교육 위원회(Conseil scolaire catholique Province) 결정에 의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해당 저작물이 캐나다 원주민들과 여성을 허용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묘사했다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땡떙 시리즈 중 하나인 ‘미국에 간 땡떙(Tintin en Amerique)’에서 한 벨기에 리포터는 캐나다 원주민을 보고 “빨간 피부들(Peaux-Rouges)”이라고 부르며 인종차별 시각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프랑스앵포의 9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럭키 루크의 일부 작품은 백인 우월주의를 드러낸다는 비판을 받는다. 원주민들은 늘 악당으로 묘사되며 백인 인물들이 이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때문이다.

또 ‘아스테릭스와 인디언들(Astérix et les Indiens)’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인 오벨릭스(Obélix)에 빠지는 여성 원주민은 깊게 파인 옷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다. 인종·여성차별을 조장하는 책들을 교내에서 없애는 것을 주도한 수지 키(Suzi Kies)는 9월 7일 라디오 캐나다에서 “이는 원주민 여성들을 마치 쉬운 여성으로 취급하는 야만적인 성적 이미지를 조장한다”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 학교의 ‘캔슬 컬쳐’를 보도하는 라디오 캐나다 트윗 ©트위터

인종 또는 성에 따른 차별과 편견을 조장한다며 일부 문화 작품들을 거부하는 ‘캔슬 컬처’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라 부와 뒤 노흐의 지난 5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의 대표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또한 캔슬 컬처의 대상이 됐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잠에 든 백설 공주에게 왕자가 키스하는 장면인데 이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뤄진 일종의 성폭행에 해당한다는 비판이다.

Cnews의 9월 8일 보도를 보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열 명의 흑인 소년들(Dix petits nègres)’도 ‘그들은 10명이었다(Ils étaient dix)’로 작품 이름을 바꾼 사례도 있었다.

또한 렉스프레스는 지난 2019년 7월 3일 미국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나이키가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맞춰 새로 선보인 에어 맥스 1 시리즈인 ‘에어 맥스 1 USA’가 노예제를 상기시킨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결국 판매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당시 신발에는 흰 별 13개가 동그랗게 배치된 독립전쟁 당시 미국 국기를 새겼다. 문제는 당시 노예제가 존재했던 데다 오늘날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이를 자신들의 상징처럼 사용하기 때문이다.

비록 땡땡과 럭키 루크가 벨기에를 대표하는 만화이지만 프랑스어권에서 ‘캔슬 컬처’가 불거지자 이와 관련한 논쟁들이 이들 사회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이번 교내 퇴출 서적 명단에 오른 ‘람플레슈(Lafléche)’의 공저자인 마르셀 르바서(Marcel Levasseur)는 9월 7일 라디오 캐나다에서 “이건 역사 책이 아니다”라며 “우리 만화의 목적은 무엇보다 재미이지 이론 수업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9월 12일 자 프랑스앵포에 따르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 책들을 불태우는 것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원주민들이 어떻게 느끼고 또 화해를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원주민이 아닌 입장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라디오 캐나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자 온타리오주 기독교 교육 위원회에서 교내 서적 퇴출 작업을 일단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9월 8일 전했다. 다만 200개의 가까운 저작물은 여전히 평가 중이며 향후 퇴출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파리 = 이두형 글로벌 리포터 mcdjrp@gmail.com

■ 필자 소개

파리 소르본대학(파리 4) 사회학 석사 과정

전 서울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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