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치중립 논란' 최재형 의식했나..감사원장 첫 내부 발탁
30년 넘게 감사원 요직 거친 '감사통'..靑 "정치중립 기대"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최재해 전 감사위원을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중도 사퇴로 희석된 감사원의 정치 중립성을 강화하고, 신속한 조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 후보자 지명은 지난 6월28일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중도 사퇴한 최 전 원장의 사표가 수리된 지 78일 만으로 그동안 강민아 감사위원이 원장 권한대행 역할을 맡아왔다.
최 후보자는 동국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미국 인디아나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행정고시 28회로 1985년 공직을 시작한 뒤, 1989년 감사원 전입해 기획관리실장과 제1사무차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2014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4년간 차관급인 감사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LS전선 비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감사원 출신 인사가 감사원장에 지명된 것은 1963년 감사원 개원 이래 최초다. 행시 출신으로는 2008년 5월 전윤철 전 감사원장 퇴임 후 두 번째다. 최근에는 법조인 출신이 감사원장을 맡은 전례가 많았다.
그만큼 감사원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최 후보자를 통해 신속하게 감사원 운영의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 후보자는 감사행정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합리적 리더십, 뛰어난 조직관리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어 대내외에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역임한 제1사무차장 당시에는 경제·금융 및 건설분야 등의 감사를 총괄지휘했는데, 2013년 7월에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3번째 감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법과 원칙에 따라 감사결과를 처리하는 모습이 감사위원 임명제청의 이유로 고려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감사원에 재직하면서 쌓은, 균형감 있는 식견과 탁월한 업무 역량을 바탕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엄정하고 공정한 감사운영을 통해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직사회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안팎에선 최 전 원장의 선례로 감사원의 정치중립 문제가 불거진 것도 감사원 출신 인사를 발탁한 배경으로 보고 있다.
최 원장은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현 정부 초대 감사원장으로 임명됐으나, 4년의 임기를 채우기 전에 자진 사퇴했다. 사퇴 이후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에 입당, 대선 예비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최 전 원장의 사퇴 당시 면직안을 재가하면서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전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청와대도 최 후보자 인선 배경으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임 감사원장 갑작스러운 사퇴가 있었고 그에 따른 차질 없는 감사운영, 감사원 조직 연장성 등을 종합해 감사원장 임명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오늘 임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간 감사원장 인선이 늦어졌다고 인정하면서 "정치적 중립, 독립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인사를 지명하기 위해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4년이다.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다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일단 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4년의 감사원장 임기를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차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통 관료 출신의 최 후보자 지명으로 정치색에 상관없이 독립적인 감사원의 운영을 맡기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임기 보장의 원칙을 충실하게 세우고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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