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겉과 속 다른 중국이 北비핵화 막았다"
폼페이오 "中은 교활한 브로커..北 뒷문 지원해 판 깼다"
샌델 "승자와 패자 구분하는 분위기가 사회 분열 야기"
◆ 세계지식포럼 / 미국과 중국, 그리고 동북아의 미래 ◆
그는 북한의 비핵화를 가로막은 외부요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며 "중국 공산당과 만날 때 그들은 겉과 속이 다른 '이중게임'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가시적 행동이 나오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조치가 효과적으로 적용돼야 함에도 중국이 석탄 등 각종 물자를 우회 지원하는 방식으로 판을 깼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문제의 근원을 중국 공산당과 같은 교활한 브로커를 제외하고 우리가 직접 다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중국의 패권전략에 맞서 한국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집권 후반기에 쿼드 협의체를 설계한 핵심 인물로, 미국의 전·현직 고위직 외교안보 인사 가운데 한국의 참여를 공식석상에서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평화는 항상 우리의 적들과 이뤄진다. 동맹·친구와는 평화를 이룰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 세력의 확산을 위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각종 동맹 협의체에서 역할을 해줄 것을 호소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개막식 세션에서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심화된 양극화로 인해 공정과 정의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두고 토론했다. 샌델 교수는 "분열은 소득과 부의 불균형이 원인이지만 성공주의도 문제가 된다"면서 "승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증명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패자를 경멸하고, 패자도 이를 느끼면서 반(反)엘리트주의 움직임이 일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책임·투명경영(ESG)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주장도 나왔다. ESG경영의 원조 격인 스웨덴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회장은 '지정학적 기술의 도전' 세션에서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과 대담하며 "이제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 특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에 있어 기술개발(R&D)과 혁신은 필수이며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 박승철 기자 / 김정환 기자]
"김정은, 北번영 원한다면
스스로 개척해야" 행동 촉구
"北, 트럼프와 접촉한 이후
ICBM 발사 안해" 자평도
바이러스·일대일로·야망
中 3대위협 요소로 꼽아
코로나 中기원설 기정사실화
"韓 쿼드 참여해 中에 맞서야"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서울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쿼드(Quad·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 참여를 제안했다. 오는 24일 미국 백악관에서 4개국 정상 간 첫 쿼드 대면 정상회의가 예고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쿼드 동맹을 설계한 중심 인물인 폼페이오 전 장관이 한국의 적극 참여를 요청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종이에 (비핵화 등 미국과 북한 간 합의를) 서명하는 데 큰 의미를 둘 사람이 아니다"고 경계하며 실제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완화 등 실질적 진전을 만들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2018년 3월·5월·7월·10월 4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건너가 김 위원장과 면담하며 미·북정상회담을 실현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연설에서 김 위원장과 접견 당시 파악했던 김 위원장의 리더십 성향과 그간 미국 언론에도 공개하지 않았던 당시 비화를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진전된 미·북 관계의 성과물로 북한이 핵실험 등 무리한 도발을 자제하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내가 평화라는 이름으로 손을 내민 이후 북한은 또 다른 핵폭탄을 실험하거나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가장 깊은 바람은 전쟁으로 상처 받은 한반도가 오직 화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와 번영의 새 경로를 걷기 위해 김 위원장이 말보다 행동이 우선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비즈니스 관계는 가능하지만 그를 믿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김 위원장이 원하는) 북한의 번영을 위해서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무장관 재직 시절 중국의 확장적 패권을 저지하는 최전선에서 뛰었던 그는 북한 이슈만큼 많은 시간을 대중국 견제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바이러스·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개척)·야망'이라는 중국발 세 가지 위협 요인이 지금 전 세계를 극심한 파열로 몰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역사적으로 그 어느 정상도 바이러스로 300만명의 인명을 앗아 간 사례는 없다"며 작금의 코로나19 팬데믹 책임이 중국에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이 특별행정구인 홍콩을 2047년까지 홍콩의 시장경제 및 기타 자유를 유지하기로 국제사회와 약속했음에도, 이를 어기고 국가보안법 등으로 억압했음을 거론하며 공산주의 발전 모델을 확산시키려는 야망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의 거침없는 답변에 현장에서는 "미·중 간 패권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전 장관은 "한국 국민들은 이미 권위주의로 영향을 미치려는 국가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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