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장 셧다운에도 20% 뛴 'OEM 3총사'
가동률 하락·물류비 증가 악재
급락했던 주가 8월 중순부터 반등
美 도·소매 의류 재고량 급감
'보복소비'로 대규모 주문 기대
베트남 봉쇄 해제 앞둔 것도 호재
한세실업 영원무역 등 글로벌 의류·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베트남이 강도 높은 경제 봉쇄에 들어가면서 극심한 생산 차질을 겪고 있음에도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올초 이들 업체 주가를 떠받쳤던 미국의 보복소비 열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 생산 차질 탓에 재고량이 역대 최저 수준인 주요 고객사들이 대규모 주문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이들 업체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롤러코스터 의류·신발 OEM 주가
올 들어 한세실업, 영원무역, 화승엔터프라이즈 등 국내 의류·신발 OEM 회사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상반기 한세실업 주가는 45.97% 올랐다. 글로벌 소비가 가파르게 회복되면서 실적도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한세실업은 미국 갭·타깃·월마트,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파타고니아,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아디다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주가는 크게 조정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보복소비도 이제 ‘끝물’이라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7월 말엔 이들 업체의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베트남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한세실업의 전체 생산량 중 베트남 지역 비중은 58%에 달한다. 화승엔터프라이즈와 영원무역도 각각 53%, 20%에 달한다. 베트남 봉쇄 조치로 이들 업체의 가동률은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장 가동률이 급락한 와중에 물류 등 일회성 비용까지 증가하면서 이들 업체는 3분기 연중 최악의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세실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24% 감소한 291억원, 화승엔터프라이즈는 10.44% 줄어든 81억원, 영원무역은 9.15% 감소한 9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5월 중순 2만7550원까지 올랐던 한세실업 주가는 지난달 17일 1만9850원으로 27.95% 급락했다.
“보복소비 아직 안 끝났다”
주가 반전은 8월 말 시작됐다. 베트남 봉쇄 조치가 두 달째 이어지는 와중에 이들 OEM 업체의 주가는 약 20%씩 급등했다. 한세실업은 지난달 저점 대비 25.13%, 화승엔터프라이즈는 19.10% 상승했다. 14일 한세실업은 1.84% 상승한 2만4900원, 영원무역은 2.45% 오른 4만5950원에 마감했다.
록다운 탓에 3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앞두고 있음에도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다시 고개를 든 보복소비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업체의 주가가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중 최악일 3분기 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7월 의류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반면 6월 말 기준 미국 도매, 소매 의류 재고는 전년 대비 각각 12%, 2% 감소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해선 각각 15%, 10% 줄었다. 록다운으로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요 의류·신발 업체가 쌓아놓은 재고만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4분기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재고를 쌓아둬야 한다. 박하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의류 재고분이 급격히 낮아진 가운데 소매 판매 증가율은 여전히 가파르다”며 “주요 OEM 업체의 고객사들은 강력한 ‘재고 쌓기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베트남이 경제 봉쇄 조치 해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이달 초 “코로나19가 베트남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어려움이 매우 크기 때문에 경제 폐쇄를 영원히 할 순 없다”며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복소비 기대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2월 말~3월 초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록다운 조치가 해제되면 4분기부터 내년 초까지 미국 주요 브랜드 업체의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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