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약 60억원' 육사코트 풀지 못한 대한테니스협회, 결국 빨간 딱지 붙었다

이정호 기자 2021. 9. 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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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서울동부지방법원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내 대한테니스협회 사무실을 찾아와 유체 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고 있다. 테니스코리아 제공



대한테니스협회(회장 정희균)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14일에는 협회 사무실 내 모든 비품에 이른바 ‘빨간 딱지’가 붙었다.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 가운데 처음있는 일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이날 오후 민사집행법 제188조와 189조에 의거하여 협회 내 유체 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행했다. 협회 동산에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무실 비품이 해당되는데, 조만간 조만간 경매 처분 절차에 돌입하게돼 사무처 행정 공백이 예상된다.

육군사관학교 코트로 인해 빚어진 일이다. 2015년 당시 주원홍 협회 회장이 새로운 테니스 메카를 기대하며 서울시 태릉의 육군사관학교 내 낙후된 코트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벌였다. 리모델링에 필요한 자금 30억원은 주원홍 회장의 친동생인 미디어윌의 주원석 회장으로부터 빌렸다. 주원석 회장은 협회 부회장을 맡는 등 테니스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30억원이 워낙 커 협회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자, 2016년 김지식 회장 직무대행은 미디어윌에 육사코트 위탁 운영을 맡기면서 ‘대신 대한테니스협회에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협약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다음 곽용운 회장 체제에서 이 협약서를 무효화한 뒤 “협회가 직접 운영하겠다”고 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결국 미디어윌과 협회간 ‘30억원 대여금 반환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협회는 판결을 뒤집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난 3월 대법원 상고를 취하했다. 큰 재정적 부담은 고스란히 협회에 남았다.

대한테니스협회에 붙은 압류 딱지. 테니스코리아 제공


문제는 상황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인 전임 곽용운 회장도, 지난 1월 새로 취임한 정희균 회장도 갈등 국면에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데 있다. 특히 선거 당시 육사코트 해결이 최대 이슈인 가운데 “미디어윌 측이 원한다면 위탁 운영 방안도 얘기할 것” 등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정희균 회장은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테니스계 관계자는 “정희균 회장이 직접 육사코트 해결을 위해 미디어윌측과 연락하거나 접촉한 적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원만한 해결을 기대했던 미디어윌 주원석 회장도 점점 강경 자세로 변하고 있다. 협회가 미디어윌에 상환해야 할 돈은 8월말 현재 총 58억여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12억원 정도가 변제됐지만, 원금 30억원에 대한 이자는 매달 약 4800만원씩 붙고 있다. 협회 재정 능력으로는 사실상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디어윌 관계자는 “협회에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협약서를 맺고, 여러 차례 육사코트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협회에 제안했다. 하지만 협회가 이를 모두 거부했고,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미디어윌은 강제집행에 이어 금융 거래 제약을 두기 위한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재산 명시 등을 추가로 신청해 협회를 압박할 예정이다. 협회가 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면 체육회 회원 종목에서 관리 종목으로 지정돼 지원금마저 받을 수 없게 된다. 집행부의 외면 또는 무능 속에 대한테니스협회가 체육회 단체 사상 초유의 파산 위기로 몰리고 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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