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과거 성장방식 버리겠다"..골목상권 발 뺀다

오대석 2021. 9. 14.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규제 압박에 상생 결단
꽃배달·스마트호출은 접고
콘텐츠·글로벌 사업은 강화
혁신사업 중심 재편하기로
김범수 "최근 지적은 강한 경종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

◆ 카카오 상생안 ◆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입혀진 `카카오 T 블루` 가맹택시들이 14일 차고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날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용자에게 콜비를 받는 `스마트호출` 폐지,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 철수 등 상생 방안을 내놨다. [이승환 기자]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사업영역에서 철수하고, 혁신 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최근 거대 플랫폼 기업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한다는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택했다. 우선 논란의 중심인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부터 이용자에게 콜비를 받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폐지한다.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에서도 철수한다.

다만 갑작스러운 사업 철수에 따른 우려도 일부 나온다. 기존 플랫폼으로 편리하게 이용하던 사업자나 소비자를 중심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본사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이틀 동안 전체 회의를 열어 골목상권 논란 사업에서 철수하고,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들은 이른 시일 안에 합의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정보기술(IT) 혁신과 이용자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계열사 정리와 철수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콘텐츠와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계열사는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T 택시에서 콜비를 내는 대신 배차 확률을 높여주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택시 기사 대상 프로 멤버십 요금도 월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낮춘다. 가맹택시 사업자와 상생협의회도 구성한다. 서울에서는 100여 개 택시 운수사업자가 참여한 협의체를 이미 발족했고, 향후 지역별 '가맹택시 상생협의회'(가칭)를 구성해 전국 법인·개인 가맹택시 사업자와 건강한 가맹사업 구조 확립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골목상권 직접 진출 우려가 제기된 기업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철수한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 온 기업에 미칠 사업적 영향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해나갈 예정이다. 대리운전 기사와 상생에도 힘쓴다.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와 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다.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추진 중인 대리운전사업자들과의 논의에서도 적극적으로 상생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이동 경험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목표를 되새기고, 업계 종사자와 대화 협력을 통해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강력한 혁신안을 제시한 데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카카오뿐 아니라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카카오 계열사들이 급성장하며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기존 산업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 의장이 카카오에 대한 사회적 우려의 목소리를 경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첫 번째로 상생안을 제시한 만큼, 향후 다른 계열사에서도 협력업체 지원 방안, 수수료 인하, 사업 철수 같은 상생 방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사업 철수가 이어질 경우 기존에 카카오 서비스를 활용해 사업을 운영하던 사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어 이 부분도 주목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사들이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본질에 맞게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