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워치·LG 스마트스피커도..구글 'OS갑질'에 발목잡혔다
구글, 제조사에 변형 OS 금지
스마트 기기 혁신 기회 '발목'
삼성·LG·아마존 글로벌 기업
구글 압박에 신제품 출시 좌절
조성욱 "플랫폼 갑질에 엄단"
이후 법집행 이정표 역할 강조
변형OS 탑재한 中제조사 제외
향후 소송전서 다툼 여지있어
◆ 공정위, 구글에 2074억원 과징금 ◆
―안드로이드 OS가 왜 문제 됐나.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 형태로 개발했다. 구글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 개인, 개발자가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해 지금의 안드로이드 기본 골격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구글은 OS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공개한다. 원저작권자 표시 등 일정 규칙만 따르면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복제·재배포할 수 있다. 구글은 오픈소스의 강점을 앞세워 안드로이드 출시 3년 만인 2011년 세계 모바일 OS 시장의 72%를 점유했다. 문제는 구글이 2011년 시장 지배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자 기기 제조사들을 상대로 '파편화금지조약(AFA)' 체결을 강제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경쟁 OS와 앱 생태계의 출현을 막기 위해 AFA를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AFA가 뭔가.
▷AFA는 스마트기기 제조사에서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새롭게 개발한 '포크OS'를 탑재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구글이 아직 개발하지 않은 포크OS를 직접 개발해서도 안 된다. 개발자들이 포크OS에 맞춰 앱을 개발할 수 있는 포크용 앱 개발 도구(SDK) 배포도 금지된다. 이를 통해 포크OS를 탑재한 스마트시계, 스마트TV 등 새로운 스마트기기 출시를 막고, 경쟁 OS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구글이 호환성 때문에 AFA를 시행한 것은 아닌가.
▷공정위는 AFA가 호환성을 무기로 다른 생태계의 출현을 막는 조항이라고 봤다. 포크OS가 탑재되는 기기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대신 다른 앱 마켓을 탑재하기 때문에 구글의 호환성 기준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포크OS 생태계에서 발생한 앱 오작동 문제가 안드로이드 평판을 저해할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특히 오픈소스 분야는 참여자들의 자율적 합의로 표준을 정하거나, 브랜드 사용 허가 등 인센티브 방식으로 호환성 준수를 유도하는 것이 관행이다. 구글과 같이 AFA를 부과해 오픈소스 변형·활용을 원천 금지한 선례는 없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실제 피해 사례가 있나.
▷삼성전자가 2013년 8월 출시한 '갤럭시기어1'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포크OS를 탑재하고, 개별 개발자들을 통해 만든 앱 70여 개를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였다. 하지만 수개월 만에 앱 생태계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독자 개발 OS '타이젠'으로 운영 체제가 바뀌었다. 구글이 AFA 위반이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갤럭시기어3'까지 타이젠 OS를 쓰다가 최근 '갤럭시워치4' 모델부터 비로소 구글의 웨어OS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영역에서 혁신적인 기기를 출시하기 위해 구글에 포크OS 탑재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2018년 LG전자도 자신들이 보유한 LTE 통신기능을 적용해 'LTE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하려 했지만 AFA에 발목을 잡혔다. 아마존은 안드로이드 포크OS '파이어OS'를 개발해 2011년 LG전자와 손잡고 아마존 최초의 태블릿PC '킨들파이어'를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패했다.
―유럽연합(EU)의 구글 OS 제재와는 어떤 게 다른가.
▷2018년 EU 경쟁당국은 구글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과징금 43억4000만유로(약 5조6000억원)를 부과한 바 있다. 이번 공정위 제재는 스마트폰·태블릿PC뿐만 아니라 '기타 스마트기기' 분야 혁신을 저해했다고 판단한 점에서 EU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공정위는 구글이 AFA를 통해 제품 출시 전 개발 단계부터 경쟁 상품의 개발 자체를 철저히 통제했다고 봤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삼성전자 등이 AFA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바일 OS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제조사는 대한민국에 공급하는 기기에 대해서만 이번 조치가 적용된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본점을 국내에 둔 사업자는 해외 수출 제품까지 구글과 맺은 AFA 계약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다만 구글이 항소에 나선 만큼 법원의 최종 결론을 지켜봐야 한다.
―과징금 산정은 어떻게 했나.
▷과징금은 약 2074억원이다. AFA 체결이 시작된 2011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구글의 앱 마켓 시장 매출액을 합산한 뒤 공정거래법상 '중대한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 부과율 약 2.7%를 적용했다.
―구글 관련한 다른 조사 진행 상황은.
▷크게 세 가지다. 구글이 한국 모바일게임 업체에 자사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만 게임을 출시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조사해 1월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와 수수료율 30% 적용이 시장 지배력 남용 등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또 국내 앱 개발사를 상대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갑질을 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공정위와 구글의 소송전 전망은.
▷향후 소송전에서는 시장획정 등 여러 분야에서 쟁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제한을 입증하기 위해선 얼마만큼을 '시장'으로 규정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번에 공정위는 중국과 애플을 뺀 모바일 OS 시장을 두고 구글의 독점적 점유율, 그리고 이에 따른 경쟁제한 요소를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중국은 유튜브, 플레이스토어 등 구글 앱을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이어서 다른 지역과 다르며, 애플의 iOS는 애플 기기에만 탑재되고 다른 제조사에 라이선스가 되지 않는 폐쇄형 OS여서 시장점유율 산정 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단하에 공정위는 구글이 독점력을 바탕으로 "구글이 자사 스마트워치 OS인 '웨어OS'를 강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삼성 측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갤럭시워치4는 타이젠OS와 웨어OS의 장점을 각각 합친 형태지 웨어OS 기반이 아니다. 또한 애플워치와 경쟁하기 위해 구글과 삼성이 손을 잡은 측면도 있기 때문에 "구글의 압박에 삼성이 굴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백상경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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