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대가 "기업가정신이 기술 키우고, 기술이 국가 살려"
혁신 기술에 지속적 통큰 투자
한국 정부도 R&D 마중물 되길
손경식 "70년대 한국 고속성장
선진국과 적극 협력한 덕분
이제 혁신위해 세계가 맞손을"
◆ 세계지식포럼 / 손경식·발렌베리 회장에게 듣는 포스트팬데믹 경영 ◆
ESG(환경·책임·투명경영)가 세계 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ESG 혁신의 '원조'인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회장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발렌베리 회장은 14일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 '지정학적 기술의 도전' 세션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대담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팽배해진 반기업 정서 극복 방안에 대해 "기업들이 이제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특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 혁신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되, 국가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과거에는 매출·영업이익 같은 실적에만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갖는 게 재무지표만큼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스웨덴 대표 기업가 가문인 발렌베리는 매년 배당금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60년간 5대에 걸쳐 가족 경영을 이어오면서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가훈을 따르며 존경받는 기업인의 표상이 됐다. 특히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한 지배구조로 국내 재벌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 '0순위'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발렌베리 회장은 향후 기업 성장의 핵심을 기술에 둬야 한다고 단언했다.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기술지배시대) 시기인 만큼 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는 "한국과 스웨덴 같은 작은 나라는 기술 혁신을 통해 발전하는 것 외에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R&D가 성장의 핵심 동력인데 꾸준하면서 한 걸음 앞선 R&D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결국은 기업가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에 손 회장은 "1970년대 한국 기업은 많은 선진국 기업과 함께 기술 협력과 공동 투자에 나서며 경제발전을 이뤘다"면서 "앞으로는 보다 강력한 국가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공감의 뜻을 내비쳤다.
손 회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기술 발전이 지속되고 세계적인 협력이 이뤄진다면 새로운 기술은 모두를 위한 공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발렌베리 회장은 기술 발전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창업자들을 위한 리스크 캐피털(경영 위험을 감내하는 자본)이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정부와 기업, 학계 간 3자 협력 모델이 활발했다"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 강한 창업자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기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 회장도 "기술은 실패와 반복을 통해서만 개발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은 필수"라고 공감했다. 손 회장은 "오늘날 기술 혁신에서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기업이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으며 정부와 함께 중장기 전략을 세워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발렌베리 회장은 향후 기술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을 꼽았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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