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FDA 과학자들 "백신 중증 예방효과 확실하지만 부스터샷 지금 필요하지 않아"

조승한 기자 2021. 9. 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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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10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부스터 샷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이들에 대한 추가 접종(부스터샷)이 현재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백신이 중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여전히 확실한 만큼 접종을 하지 않은 이들에게 백신을 먼저 전달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매리언 그루버 FDA 백신연구실장 등 과학자 18명은 13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전 세계 백신 관련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백신이 모든 주요 변이를 포함한 코로나19 중증에 효과적이라는 게 일관된 결과였다는 분석을 담은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는 필립 크로스 FDA 백신연구심의실 부실장, 숨야 스와미나탄 WHO 최고과학자,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 아나 마리아 에나오-레스트레포 WHO 백신연구개발 담당 등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백신의 효능과 관련된 전 세계 의학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들과 아직 동료 평가를 받지 않은 선공개 논문 등을 모두 분석했다. 보고된 결과들을 종합하면 백신 접종은 델타와 알파 변이에 대해 중증 예방에서 95%의 효능을 보였다. 변이 감염을 막는데도 80% 이상 효과를 보였다. 모든 백신과 변이체에서 효능이 경증보다 중증에서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백신이 중증보다는 경증이나 무증상에는 덜 효과적이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은 곳에서도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소수가 여전히 감염 전파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이 중증의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에나오-레스트레포 담당은 “전반적으로 볼 때 현재 연구들은 백신의 주요 목표인 중증 예방 효과가 점차 감소한다는 증거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백신이 제한된 만큼 심각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고 아직 백신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이용가능해질 때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스터샷으로 이득을 얻을수 있다 하더라도 접종받지 않은 사람들에 초기 보호를 제공하는 이득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이 가장 효과적인 곳에 배치되면 백신이 변이의 추가적 진화를 막아 대유행의 종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접종한 이후 사람들의 항체 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약해지나 이것이 중증에 대한 백신 효능 감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중증에 대한 보호는 항체뿐 아니라 면역 과정에서 우리 몸이 항원을 기억하는 기억면역 반응과 수명이 더욱 긴 세포 면역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백신 효능이 약해지는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이들에게 백신을 공급한다면 만약 감염이 발생해도 대부분 백신 접종 후 감염되는 돌파감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파감염은 환자의 중증 발병률을 낮춘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백신들이 변이에 대해 항체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면 변이가 아직은 백신이 유도하는 기억면역을 벗어날 시점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스와미나탄 최고과학자는 “백신 접종자의 면역을 강화해 코로나19 환자를 추가로 감소시킨다는 생각은 매력적”이라면서도 “모든 결정은 증거에 기반해야 하고 개인과 사회에 대한 이점과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결정은 강력한 증거와 국제적인 과학 토론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부스터 샷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발표됐다. WHO는 이미 전 세계적인 백신 접종을 위해 적어도 9월 말까지 부스터 샷을 유예해 달라고 각국에 요청한 상황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WHO의 공식 정책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WHO의 접종 정책을 담당하는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이 관련 데이터와 증거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화이자 백신의 부스터샷 승인 요청을 심의 중인 FDA도 곤란을 겪게 됐다. FDA 대변인은 뉴욕타임즈에 “저자들의 견해는 FDA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는다”며 “이번 주 중 부스터샷 승인에 대해 강력하고 투명한 토론을 진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그루버 실장과 크로스 부실장은 지난달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부스터 샷 강행 방침에 반발해 FDA를 떠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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