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리더십으로 세계최대 교회 일군 '복음 전도사'

허연 2021. 9. 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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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 목사 향년 86세
천막서 출발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외계층 '희망' 설교로 급성장
93년 신도 78만명 기네스 등재
북한에 '심장전문병원' 추진
국민일보·한세대 등 사회활동
한교총 "韓교회 큰 족적 남겨"
세계 최대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인 조용기 원로목사가 2000년대 초반 담임목사 시절 설교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여의도순복음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 조용기 원로목사가 14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 목사가 이날 오전 7시 13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소천했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지난해 7월 16일 뇌출혈로 쓰러진 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유교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성장한 조 목사는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부산으로 가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고인은 고교 2학년 때 폐결핵에 걸려 사망선고를 받고 투병하던 중 누나 친구를 통해 처음 기독교 복음을 접했다.

1956년 스무 살 나이에 하나님의성회 순복음신학교에 입학한 고인은 본격적인 성직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 무렵 장모이자 목회 선배인 최자실 목사를 만났다. 고인과 최자실 목사는 1958년 신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5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천막교회를 개척했다. 이 교회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시초가 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국 사회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던 1970년대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희망의 신학'을 외치며 성장을 거듭했다. 조 목사는 생전에 "가난이 지긋지긋했다. 가난에 한이 맺혀 천당과 지옥 이야기보다는 용기와 희망을 설교하려 애썼다. 부자 교회에 못 가고 우리 교회에 온 가난한 사람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고 위로를 받는 것이 제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강력한 리더십과 전도 능력을 앞세워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세계 최대 교회로 성장시켰다.

1958년 서울 은평구 천막교회 앞에서 찍은 사진. 산소통을 교회 종으로 썼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성장의 핵심은 '구역 모델'이었다. 조 목사가 직접 관리하기 힘든 구역을 정해 각 지역에 여성 구역장을 임명한 것이 출발이었다. 이 구역 모델을 통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서대문 순복음부흥회관을 거쳐 1973년 현재 여의도로 이전한 순복음교회는 1979년 신자 수 10만명, 1981년 20만명, 1984년 40만명, 1992년 70만명을 잇달아 돌파하며 세계 최대 교회로 자리매김했다.

1973년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 '오순절 세계대회'를 개최했다. 1993년에는 교인 수 78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 교회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고인은 1988년 일간지 국민일보를 설립해 기독교 언론 사업에 뛰어들었다.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워 이듬해 비정부기구(NGO)인 사단법인 '선한사람들(현 굿피플)'을 세워 인권·환경·아동복지 증진 등에 힘썼다. 1992년부터 2008년까지는 세계하나님의성회 총재를 지내며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제3세계 선교에 집중했다.

교육과 선교에 관심이 많았던 고인은 한세대, 순복음영산신학원, 미국 베데스다대 등을 설립했으며 신앙계, FGTV, 굿티비 기독교복음방송 등을 운영했다.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 국제교회성장연구원 등을 통해 성령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고인은 한반도 평화와 북한 복음화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평양에 추진해 온 '조용기 심장전문병원'은 2007년 착공해 골조공사가 마무리됐으나 2010년 정부의 '5·24 조치'로 병원 기자재 설치 작업 등이 중단된 채 현재 미완성으로 있다.

조 목사는 사역 50년을 맞은 2008년 이영훈 목사를 담임목사로 임명하고 원로목사로 물러나는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조희준,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 삼남 조승제 한세대 이사 등 세 아들이 있다. 부인 고 김성혜 전 한세대 총장은 올해 2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는 '나는 이렇게 기도한다' '4차원의 영적세계' 등이 있다.

빈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다니홀에 마련됐다. 천국환소예배(장례예배)는 18일 오전 8시 한국교회장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열리며,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가 설교한다. 장례위원장은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인 장종현·이철·소강석 목사가 맡았다. 하관예배는 18일 오전 10시 장지인 경기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국제금식기도원 묘원에서 진행된다.

기독교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조용기 목사님은 60여 년간 목회하면서 세계 최대 교회를 이룬 능력의 목회자"라고 추모했다. 한교총은 이날 추모 성명에서 "위대한 설교자이자 뛰어난 영성가로서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의 부흥을 이끌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 확산에 지대한 공헌을 남기셨다"고 술회했다.

또 한교총은 "특히 산업화 시대, 실향민들이 서울로 집중되는 변화의 시기에 십자가 복음을 통한 삶의 변화와 긍정적 삶의 가치를 가르침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희망으로 세상을 이길 용기를 갖게 했다"면서 "목사님께서는 어려운 이웃을 돌보기 위해 NGO 선한사람들(현 굿피플) 설립과 헌혈운동, 소년소녀가장 돕기, 4704명의 심장병 어린이 무료 시술, 평양 심장병 병원 추진 등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며 한국 교회를 위한 큰 족적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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