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사고현장·우주발사대 점검, 수백마리 '로봇개' 이미 활약 중이죠
◆ 세계지식포럼 ◆
14일 서울 장충아레나에 '로봇개'가 나타났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청중이 앉아 있는 테이블 사이를 이동하던 로봇은 머리에 달린 기다란 '팔'을 흔들며 인사했다. 곧 계단을 올라 무대로 오른 로봇개는 장애물을 뛰어넘고 천천히, 혹은 빠르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청중의 시선을 빼앗았다. 제22회 세계지식포럼 '현실 세계를 위한 로봇, 오늘 내일 그리고 미래' 세션장의 모습이다. 무대 위에 서 있던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창업자 겸 회장은 "이 로봇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오늘'을 보여주고 있다"며 "조만간 물건을 나를 수 있는 로봇을 선보이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닮은 로봇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행사장에서 공개한 로봇개의 이름은 '스팟'.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년 가까운 연구개발(R&D) 끝에 지난해 6월 출시한 로봇으로 지구상에 있는 4족 보행 로봇 중 가장 뛰어난 기능을 자랑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199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선임연구원이었던 레이버트 회장이 학내 분사 기업으로 세운 로봇업체로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유튜브 등을 통해 스팟과 같은 로봇을 공개할 때마다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의아해 했다. '과연 이 로봇을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레이버트 회장은 이날 스팟이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공개했다. 1986년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된 체르노빌을 비롯해 영국의 석유회사 '비피'가 운영하는 유전에서도 스팟이 활동하고 있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발사체 실험 도중 폭발이 발생하면 스팟을 투입해 사고 지역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레이버트 회장은 "현재 수백 대의 스팟이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재 스팟을 약 90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날 레이버트 회장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새로운 로봇 '스트레치'의 실험 영상도 청중에게 공개했다. 작은 포클레인처럼 생긴 로봇 스트레치는 약 23㎏에 달하는 상자를 시간당 800개씩 옮길 수 있는 외팔 로봇이다. 그는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영상을 보여주며 "우리가 그리고 있는 미래"라고 했다. 역시 인류가 지금까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틀라스는 계단을 자유자재로 뛰어다닐 수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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