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신호탄에 시총 25조원 증발..백기 든 카카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아 온 일부 사업에서 손을 떼고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시총 25조원이 증발하는 등 후폭풍이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14일 주요 계열사 대표 전체 회의에서 소상공인과 협력사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논란이 된 일부 서비스 중단과 모빌리티 사업 일부 조정을 골자로 한 상생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먼저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 파트너들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상생 기금 3000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다양한 공급자·종사자의 복지 증진에 해당 기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소유하고 가족이 경영하는 투자전문업체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인재 양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며 김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카카오는 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사업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계열사 정리 및 철수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과도한 유료화 논란을 촉발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또 가입 기사에게 수수료를 받고 배차 혜택을 주는 요금제 '프로멤버십' 가격은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인하한다.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 온 가맹택시 사업자들과 협의회도 구축할 방침이다. 서울에 이어 지역별로 '가맹택시 상생 협의회(가칭)'를 구성해 전국 법인 및 개인 가맹택시 사업자들과 건강한 가맹 사업 구조 확립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리운전 중개 수수료도 고정 20%에서 수급 상황에 따라 0~20% 변동 수수료로 개편한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했던 꽃과 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도 철수하기로 했다. 해당 서비스는 카카오가 골목상권 직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인식되면서 소상공인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 온 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자율주행과 이동 서비스 혁신, B2B 분야의 모빌리티 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비즈니스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라며 "신사업 진출 시에는 IT 혁신과 이용자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당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예고되고 김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까지 진행되면서 14일 연속 주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0.40% 하락한 12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2만원선이 무너진 11만8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상생 방안이 발표되면서 낙폭을 축소했다.
당국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와 압박을 가시화하면서 카카오 계열사 주가는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룹 상장사(카카오·넵튠·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상생 방안 발표 하루 전인 13일 기준 총 92조387억원까지 내려 앉았다. 전 거래일 대비 4조7000억원이 증발한 것으로, 지난 1일과 비교하면 무려 25조원이 감소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골목상권 침해 이슈가 부각되면서 카카오가 자구적으로 (상생 방안을 발표하는 등) 선제 대응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향후에도 주가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규제 불확실성은 단기로 끝날 이슈는 아니다"며 "내년 대선도 있기 때문에 빅테크 어젠다를 끌고 갈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카카오가 계속 거론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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