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윤석열-홍준표 대충돌..당은 후보와 거리두기 조짐도
[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선두권 주자인 윤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정치 공작’을 주장하는 윤 전 총장 측이 홍 의원 캠프의 개입을 의심하고, 이에 홍 의원이 직접 나서 반발하면서 파열음이 나왔다. 고발사주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프레임 전쟁과 함께 두 야권 유력주자를 중심으로 야권 내부 균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고발사주 사건에 마치 우리 측 캠프 인사가 관여된 듯이 거짓 소문이나 퍼트리고 (동석자를) 특정해보라니 기자들에게 취재해보라고 역공작 하고, 참 잘못 배운 못된 정치 행태”라고 윤 전 총장 측을 저격했다. 홍 의원은 이어 “야당 내 암투가 아니라 본인과 진실의 충돌에 불과하다”면서 “아무리 다급해도 그런 작태는 5공시대나 통했던 음모 정치”라고 했다.
홍 의원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상대를 보고 달려들어야지, 그 사람들은 공격수로 따지면 초보 공격수”라며 “나를 공격할 ‘깜’이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전날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그리고 ‘성명불상자 1인’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세 사람이 지난달 11일 만나 이번 의혹과 관련한 정치공작을 모의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다. 고발장에는 “특정 선거캠프 소속의 동석자가 있었다는 다수의 의혹 제기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은 동석자가 홍 의원측 인사라고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홍 의원 캠프의 특정 인사를 거론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동석자에 대한) 제보가 들어와 있다”면서 “(수사로)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회동 참석자로 거론되는 이들은 일제히 이를 부인하고 있다. 동석자로 지목된 홍 의원 캠프의 A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당시 하루종일 여의도에 있었고 동석자들이 증언해줄 수 있다”면서 “(박 원장과 조씨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저쪽(윤 전 총장 캠프)에서 거론하는데 자꾸 그러면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과 조 전 부위원장도 지난 달 11일 만남에 동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동석자 논란 이전에도 두 주자간 신경전은 표면화했다. 홍 의원은 연일 “당이 큰 피해를 보게 생겼다”, “당을 생각하면 스스로 헤쳐 나가라”며 고발 사주 의혹 대응을 두고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도 지난 11일 대구시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경선을 통해서 경쟁한다고 해도 어떻게 저쪽(여당)에서 총을 한 방 쏘니 그냥 난리가 나서 바로 올라타 가지고 그렇게 하나”라며 “정권교체보다 야당의 기득권 정치인으로 남아 그걸 누리겠다는 것인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을 저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일단 이번 의혹에 대한 큰 방향을 여권의 ‘정치 공작’,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윤 전 총장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 다만 대검 감찰부 진상조사와 공수처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당과 후보를 분리해 대응할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 캠프와 국민의힘의 공조 대응을 묻는 질문에 “당 따로 윤 전 총장 캠프 따로 있고, 당은 당의 역할, 후보는 후보의 역할이 있으므로 별개의 것을 같이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원칙적인 발언 이면에는 국민의힘 내부의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당 일부에서 수사결과에 따라 정국이 계속 출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당이 윤 전 총장 캠프와 ‘한 몸’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이 너무 깊이 발을 들이면 역공당할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면서 “결국 캠프 쪽에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을 당이 총력 지원할 경우 당내 경선 경쟁주자인 홍 의원 등이 반발할 수 있다는 면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유정인·유설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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