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강력 반발..방통위·공정위는 플랫폼 규제 더 강화

노재웅 2021. 9. 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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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규제 압박 드라이브에도 꿈쩍않는 구글·애플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시행 첫날
구글·애플, 법 준수 계획 발표 없이 원론적 입장 되풀이
공정위 2074억 과징금 철퇴에..구글 "항소 제기" 불복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노재웅 조용석 기자] 모바일 앱과 운영체제(OS) 생태계의 반독점 지위를 남용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과 애플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본격적인 ‘갑질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은 손해 보지 않는 ‘꼼수’와 소송전 대응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교묘히 규제 압박을 피해 가려는 태도를 보여, ‘글로벌 플랫폼 갑질과의 전쟁’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혁신 가로막아” 구글, 방통위에 소송 맞대응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삼성전자 등 기기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변형 OS를 탑재한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쟁 OS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한 혐의로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부과와 함께 기기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포크 OS(구글이 공개한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변형해 만든 OS)를 탑재할 수 없도록 한 ‘파편화금지계약’(AFA) 강제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구글은 기기 제조사에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OS 사전접근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전제 조건으로 AFA를 반드시 체결하도록 강제했다. AFA에 따르면 기기 제조사는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대해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다.

AFA 전략에 따라 모바일 OS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2010년 38%에서 2019년 97.7%(애플 iOS 등 라이선스 불가 시장은 제외)로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했고, 수익을 창출하는 앱마켓 시장 점유율도 99%(2019년)로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이번 심의를 통해 스마트폰 OS 시장뿐 아니라 기타 모바일 시장(스마트TV, 스마트워치)에서도 구글의 갑질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013년 삼성전자의 스마트 시계용 포크 OS 방해(갤럭시 기어1), 2018~2019년 LG전자의 스마트 스피커용 포크 OS 출시 방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법원에서도 인정될 경우 삼성전자 등은 모바일 OS 사용에 대한 자유도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플랫폼 분야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행위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함으로써 향후 플랫폼 분야 법집행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구글은 공정위의 결정에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반발했다. 구글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이 전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갖는 중요성 및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간의 경쟁을 간과했다”며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눈부신 혁신의 원동력이 됐고, 국내 기기 제조사 및 앱 개발자들의 세계적인 성공을 가능케 했다. 공정위의 서면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공정위가 시정명령의 적용범위를 해외까지 역외로 확장했을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이 자국의 경쟁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국가들에 대해서까지 공정위의 결론을 따르도록 강요한 것을 지적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관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발적 조치 권고한 방통위, 안 될 땐 즉각 조사로 전환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갑질과 관련해서도 세계 최초의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국내 법망에 들어오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법 시행을 발표하기에 앞서 구글, 애플과 실무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법 준수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세부 일정 등을 담은 이행계획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법이 시행되기 전 시간을 주고 자율적인 개선조치 마련을 통한 법 준수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날부로 법이 시행됐음에도, 구글과 애플 모두 법 위반 상황을 해소할 정책변경 계획을 내놓지 않는 모습을 일관했다.

구글은 그나마도 법을 준수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라도 내놨지만, 애플은 “이번 개정안은 고객 보호장치들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고, 한국 개발자들이 더 나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방통위는 이들이 최대한 자발적으로 법을 준수하게끔 권고하는 한편, 길게 여유를 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신설된 금지행위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조속히 정비하고, 위반 행위가 인지 또는 신고될 경우 즉각적으로 사실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봉진 방통위 시장조사과장은 “오래 기다려 줄 순 없지만 그들도 글로벌 차원에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위반행위는 추후 실태조사로 잡을 수 있는 것이고, 자발적인 정책변경이 우선돼야 한다. 조율을 잘해서 조속히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외부결제 링크 꼼수로 피해 갈 공산 커”

구글과 애플은 국내 규제만을 별도로 이행할 수 없고, 글로벌 전체에 정책을 공통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구글과 애플이 외부결제 링크를 허용하는 꼼수로 법 위반 상황을 피해 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2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와 합의에 따른 조치로 ‘리더앱’(콘텐츠 구독 서비스 제공앱)에 한해서 앱스토어 안에 외부 결제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웹사이트 링크를 공유할 수 있게 허용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10일(현지시각) 외부결제 링크를 게임을 포함한 전체 앱으로 90일 내에 확대 허용하라고 명령했지만, 불복하고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구글과 애플은 적절한 수준에서의 외부결제 링크 허용으로 ‘반독점기업’이란 딱지는 떼는 한편, 부분적인 소송전을 이어가며 인앱결제 시스템과 수수료 정책의 최종 정책변경 이행은 최대한 늦출 가능성이 크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외부 결제 시스템을 앱 내에서 동일한 사용자 환경(UI)으로 제공하는 것과 따로 웹사이트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링크를 허용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며 “인앱결제 강제뿐 아니라 수수료 측면에서도 현행 30% 수준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사진=AFP

노재웅 (ripbir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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