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규제에 백기든 카카오, 배달 사업 철수
논란된 대리운전, 정책보완 정도로
정부 전방위 압박에 다급하게 발표
정치권과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이례적인 규제 압박을 받고 있는 카카오가 부랴부랴 상생안을 꺼냈다.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요금 인상을 하려던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을 비롯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사업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사업의 방향을 내수보다 해외에 맞춰 재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안을 내놓았고 지주사격인 케이큐브홀딩스의 체질 개선안도 밝혔다. 다만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을 일으킨 관련 사업 진출에 대해선 요금 체계를 손질하는 정도에 그쳐 근본적인 상생안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열사 포기한다고?…찜찜한 상생안
카카오는 14일 오후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제목의 상생안을 발표했다. 당초 이번주 중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상생안을 직접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으나, 카카오는 이날 갑작스럽게 알림자료를 배포했다. 계열사이자 이번 '골목상권 침해 논란' 당사자인 카카오모빌리티도 별도의 상생안을 내놓았다.
카카오의 상생안은 크게 4가지다. 논란의 중심인 골목상권 침해 사업 철수가 주된 내용이다. 여기에 소상공인 파트너를 위한 기금을 5년간 3000억원 조성한다는 방안이 담겨 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란 정치권의 지적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
공정위가 직권조사 중인 카카오의 지주사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해선 교육 및 인재 육성 등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카카오 전반적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해 내수에 골몰하는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북미와 동남아, 일본 등의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사업들은 과감하게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던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를 정리할 방침이다. '피크타임'에 2000원의 추가 수수료를 받고 배차 시간을 당겨주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 서비스도 폐지한다.
카카오는 현재 '철수 사업 후보 리스트'를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문제가 되는 사업의 계열사를 아예 정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통해 추가적으로 철수할 사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논란이 된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사업 등에 대해선 정책을 보완하는 정도에 그쳤다. 대리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는 상생안을 내놓았으나 사업을 철수한다는 언급은 없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광고로 유명한 대리운전 업체와 합작법인을 만들고 이 시장에 진출키로 하면서 사업 영역을 전방위로 확산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대리운전 업계에선 막강한 플랫폼 기술과 자본으로 무장한 카카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카카오 대리운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
'카카오 때리기'에 시총 5조 증발
이번 상생안은 정치권과 정부의 '카카오 때리기'에 따른 결과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금융소비자법상 카카오페이의 카드·보험·대출 비교 서비스 등을 별도 사업자 등록이 필요한 '중개서비스'로 유권해석을 내리고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다. 당장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페이 발등에 불이 붙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의 지주사격인 케이큐브홀딩스에 규제의 칼 끝을 겨눴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택시보다 멀리 있는 카카오 가맹택시(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주는 형태로 우선 배차하는지 등 불공정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한 카카오가 최근 5년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누락했거나, 허위 보고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어서 당국이 사실상 김 의장을 '정조준'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카카오 사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카카오도 규제의 압박이 거세지자 전날(13일)부터 내부 회의를 거쳐 상생안을 마련하게 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이사회가 아니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13일과 14일 오전까지 이틀간 회의를 거쳤다"며 "회의에서 합의가 모아져 결정된 사항은 빨리 말씀드리는 게 좋아 오후 시간에 발표했다"고 말했다.
카카오에 대한 정부 제재 강도가 연일 거세지자 주가도 반응했다. 지난 6월22일 카카오의 카카오커머스 흡수합병 발표 이후인 익일, 종가 기준 최고점(16만9500원)을 찍은 주가는 전날(13일) 4만5000원까지 빠졌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게임즈 주가도 하락세다. 3사의 시총을 모두 합해 하룻새 4조6000억원이 증발됐다.
카카오는 비슷한 독과점 논란을 겪어온 경쟁사인 네이버와는 사업 모델이 완전히 다르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등 주력 계열사를 거느리고 IPO를 통해 그룹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당장 카카오페이를 포함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IPO 추진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장기간 당국과 씨름한 것처럼 카카오도 이번 이슈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2011년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가능성'을 지적받은 이후 2015년 소상공인 지원 기금인 '프로젝트 꽃'을 가동했다. 이 기금은 4년간 3200억원을 넘어섰다. 내수 비중을 줄이기 위해 2013년 해외 사업 강화를 발표한 이후 현재 네이버 해외 매출 비중은 30%에 달한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2011년부터 공정위와 부단한 싸움 속에서 자정 노력을 해왔던 네이버와 차이가 있다"며 "그동안에는 독과점 규제가 네이버에 집중됐으나, 카카오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금융, 택시 등 상대적으로 다양한 사업에 활발히 진출한 부분이 이번에 더욱 크게 리스크로 부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혜린 (hrg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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