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했던 카카오 '골목상권 철수' 상생안 발표..그 속내는?

이유진 기자 2021. 9. 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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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14일 소상공인 상생 방안을 내놓으며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제공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가 소상공인 지원 기금을 조성하고 일부 사업을 조정하는 등 ‘상생 방안’을 내놓았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14일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지난 13일부터 이틀 동안 전체 회의를 열고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000억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상생안’에 합의했다.

■첫 타자는 모빌리티…요금 낮추고 꽃배달 철수

카카오는 최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부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캡처


주요 계열사가 빠른 시일 내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장 먼저 구체적인 상생안을 공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선 논란의 시발점이 된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폐지하기로 했다. 스마트호출은 추가금을 지불해 택시 호출 시간을 단축시키는 기능으로, 지난달 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이용자들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가입 기사에게 배차 혜택을 주는 요금제 ‘프로멤버십’ 가격도 월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전화콜 1위 업체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선언한 대리운전 시장에서도 상생안을 내놨다.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 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이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에 확대 적용한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자율주행과 이동 서비스 혁신, 기업용(B2B) 분야의 모빌리티 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등 신사업 발굴, 글로벌 비즈니스에 주력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골목상권 침해로 질타를 받았던 사업도 정리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를 철수하기로 했다”며 “다만 기존 기업 고객의 불편을 감안해 점진적 철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가맹택시, 대리기사와의 정기적 협의체를 만들어 상생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승계 논란’ 케이큐브홀딩스, 두 자녀 퇴사하기로

케이큐브홀딩스 홈페이지 캡쳐


카카오는 이날 금산분리 위반 등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인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해 “미래 교육, 인재 양성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승계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김 의장의 아들과 딸은 케이큐브홀딩스에서 퇴사하기로 했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지분 10.59%를 보유한 2대주주로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 직후인 2015년부터 수 십 억원의 배당을 받고 있다. 최근까지 김 의장의 남동생 김화영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임직원 대부분이 김 의장의 가족으로 구성돼 ‘가족회사’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날 카카오의 일부 사업 철수 등 상생안 발표는 당국과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에 따라 급박하게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 계열사 내부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관련 상당한 토론과 논쟁이 있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국내외 계열사는 지난 6월 기준 158개에 이른다.

카카오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11만8000원까지 떨어졌으나, 오후 2시쯤 상생안이 발표되면서 낙폭을 줄여 전 거래일보다 0.40% 하락한 12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규제 우려에 가파르게 하락하던 카카오뱅크(7.89%), 넵튠(1.09%), 카카오게임즈(0.84%) 등 카카오 계열사들 주가도 일제히 반등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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