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강·김선욱, '임자 만났다'..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협주

이재훈 2021. 9. 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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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협주를 듣고 있노라면, 서로 임자 만났다 싶다.

이런 주고받음의 숭고함을 아는 주미 강과 김선욱의 이날 연주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의 본질을 헤집었다.

주미 강과 김선욱은 14일과 15일 오후 7시30분 같은 장소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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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지난 12일 전곡 리사이틀 출발
14·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이어가

[서울=뉴시스] 클라라 주미 강, 김선욱. 2021.09.14. (사진 = 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협주를 듣고 있노라면, 서로 임자 만났다 싶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연주자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에서 각각 수직과 수평의 연주로 균형감을 이뤘다.

청력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했던 혼돈의 시기에 탄생한 이 곡은 건축학적으로 설계돼 있다. 고통이 확산하는 수평의 피아노가 주도하는 가운데, 그런 침잠함을 이겨내고자 하는 바이올린의 수직적 상승이 긴장감을 형성한다.

평소 건축학적인 베토벤을 선보인다는 김선욱과 드라마의 상승과 고조를 그려내는데 탁월한 주미 강의 장점이 만나니, 폭발적이었다.

특히 격정적인 4악장에서 어두운 세계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고 싶다는 욕망과 그럼에도 빛을 길어내고 싶다는 욕망이 싸움을 벌였다. 그 속에서 선율은 지속해서 모였다가 흩어졌고, 결국 청중은 무아지경의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서울=뉴시스] 클라라 주미 강, 김선욱. 2021.09.14. (사진 = 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바이올린과 피아노 사이를 오가면서 생(生)과 사(死)를 연주하는 주미 강과 김선욱의 에너지는 인생의 성숙함을 은유하는 가을의 초입에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이날 주미 강과 김선욱은 누가 누구를 지원하는 관계가 아닌, 동등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연주했다. 누군가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선 자신에게 맞추도록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 맞는 방식으로 연주를 해야 한다. 이런 태도는 음을 주고 되돌려 받는 경우를 원활하게 해 곡 해석을 유려하게 만든다.

특히 곡을 끝내기 위해서 연주하는 것이 아닌, 그 연주 과정 자체를 연주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주고받음의 숭고함을 아는 주미 강과 김선욱의 이날 연주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의 본질을 헤집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에서 바이올린은 선동이 아닌 선물의 위치에 섰다. 단조의 비애감이 절절 끓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4번에선 무모한 설움에 가까이 갔다. 비교적 밝고 여유로운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8번은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동시에 신생에 가까운 생동감을 품었다.

[서울=뉴시스] 김선욱, 클라라 주미 강. 2021.09.14. (사진 = 빈체로 제공) photo@newsis.com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중 2악장과 브람스 '묵상'이 이날 앙코르였다. 두 사람의 연주는 물이 올랐는데, 앙코르에선 그것이 넘치지 않도록 자제했다. 그래서 더 여운이 짙었다.

주미 강과 김선욱은 14일과 15일 오후 7시30분 같은 장소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을 이어간다. 협주곡만큼 극적인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명상적인 분위기 속 초월의 세계를 품고 있는 최후의 소나타 10번 등이 남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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