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열 "내 정체성은 소리꾼..나만의 장르 만들고 싶다"

2021. 9. 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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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3' 이후 광폭 행보
라비던스·소리꾼·장르 협업

10월 발매 예정 솔로 앨범 '초월'
다양한 장르와 만난 국악 ..'장르가 고영열'
500명이 함께 부른 '아리랑 챌린지'까지

"내 정체성은 소리꾼..국악이 대중음악이 되도록"
소리꾼 고영열로, ‘팬텀싱어3’ 이후엔 라비던스로, 다양한 협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고영열은 요즘 새 앨범 준비에 한창이다. ‘초월’을 타이틀로 잡아 선보이는 정규 2집 앨범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그의 자작곡으로 채웠다. ‘고영열 장르’라고 해도 될 만한 앨범으로, 그는 “오롯이 주제에 맞는 색깔을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헬로아티스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어느 때에나 ‘편견’을 깨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생각하는 표준, 지레짐작이 만들어낸 기준을 넘는 사람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피아노 치는 소리꾼’의 등장 역시 쉽게 경험하지 못한 세계였다.

“음악을 하면서 저만의 장르를 만들고 싶고, 저변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요.”

건반 앞에 앉아 이토록 처연한 ‘사랑가’를 부르는 소리꾼을 TV(JTBC ‘팬텀싱어3’)로 목격한 것은 고영열이 처음이었다. 재즈와 국악을 넘나들고, K팝과 소리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소리꾼. 그 흔한 기준과 구분은 그의 이름 앞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새로운 시도였기에 쏟아진 관심과 찬사는 아니었다. 자기 안의 감정을 100% 쏟아낸 ‘소리의 울림’은 모두 안에 잠재된 국악 DNA를 깨웠다.

수영을 더 잘 하기 위해 소리를 시작한지 약 20년. 어쩌면 ‘운명’은 일찌감치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광주광역시 국창 임방울의 이름을 딴 임방울대로에서 태어난 그날부터, 아주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온 길이었다. ‘팬텀싱어3’에서 라비던스(김바울 존노 고영열 황건하) 팀으로 결성돼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 1년.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그는 현재 새 앨범 작업과 공연(10월 9~10일, 한전아트센터) 준비에 한창이다. 막바지 녹음 중인 고영열을 만나 또 하나의 길을 연 지금의 이야기를 들었다.

소리꾼 고영열로, ‘팬텀싱어3’ 이후엔 라비던스로, 다양한 협업으로…. 워낙 많은 활동을 하는 ‘다작의 아이콘’이다. 그러면서도 솔로 정규앨범은 무려 3년만. 정규 2집은 주제부터 비범하다. 한계를 넘어서는 ‘나를 초월한다’. 고영열은 ‘초월’이라는 타이틀을 정하며 ‘단어의 의미’를 새삼스레 곱씹었다. 그는 많은 기준을 뛰어넘었음에도 스스로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오히려 제 안엔 고정관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국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 안에 저도 모르게 틀이 생겼나 봐요. 제가 가진 고정관념은 물론 국악에 대한 틀과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은 “오롯이 주제에 맞는 색깔을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한 땀 한 땀 공들인 11곡이 담긴 앨범의 절반은 고영열의 자작곡이다. ‘고영열 장르’라고 할 만하다. 지난 1년간 ‘월간 고영열’ 형식으로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하며 선보였던 곡들에 신곡을 포함했다. “한 곡 한 곡 써둔 걸 풀었고, 거기에 한두 곡은 새로 작업했어요.” ‘초월’을 주제로 한 만큼 장르도 다양하다. 팝, 재즈, 국악을 섭렵했다. 10월 앨범 발매에 앞서 오는 20일엔 세 곡을 선공개한다. 더블 타이틀곡인 ‘그대의 날개가 되어’와 ‘옐로우 라이트((Yellow Light)’, ‘흘러간다’ 등이다.

“스스로 곡을 쓰면서, 때때로 되풀이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뫼비우스의 띠 마냥 새롭지 않은 부분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번 앨범에선 편곡을 여러 선생님들께 부탁드렸어요. 각 장르의 그랜드 마스터와 함께 하니 더 다채로운 장르가 담겼어요.”

선공개곡인 ‘흘러간다’는 국악 작곡가인 박경훈과 협업한 곡으로 가야금 반주에 노래만 얹은 새로운 시도를 했고, ‘옐로우 라이트’는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함께 작업해 우리 소리와 재즈를 접목했다. 특히 이 곡은 “운전 중 노란불이 들어왔을 때 갈까 말까 고민하던 길 위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창작자들이 섬긴다는 ‘그 분’을 길 위에서 만난 셈이다.

고영열 [헬로아티스트 제공]

“그 순간 차에서 내려 곡을 썼어요. 당시 상황이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 삶, 운명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역시 어릴 때부터 이건 해도 될까, 안 될까 많은 고민을 하며 선택을 했거든요. 음악적 시도를 할 때도 늘 돌다리를 두드려보고요. 어떤 장르를 하기로 했을 때에도 철저하게 공부를 한 후에 선택하는 편이에요.” 영리하고 순탄하게 넘나든 것 같았던 장르 간의 협업도 고영열에겐 고민과 연구의 산물이었다. “국악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어도, 항상 신중했던 것 같아요. 모든 음악 장르를 대할 때의 예의이기도 하고요. 그래야 국악에 대한 가능성을 확장하고, 제 안의 편견도 더 깰 수 있고요.”

팝 발라드 장르의 ‘그대의 날개가 되어’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쓴 곡이다. “작사, 작곡을 하면서 제 감정을 담아야 하는데 사랑이나 이별 노래를 쓸 때는 힘든 부분도 있어요. 사랑을 해야 감정이 온전히 담기니까요. 여자친구는 없지만, 팬들과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웃음)”

앨범엔 팬들과 함께한 특별한 곡도 담긴다. 앨범 작업 전 진행한 ‘아리랑 챌린지’다. “혼자 부르긴 아까운 노래라 의미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한 달간 진행한 챌린지엔 무려 500명이 참여했다. 이들 500명은 자신들의 목소리로 부른 노래를 영상에 담아 올렸다. 앨범에선 500명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담을 계획이다. 편곡은 국립합창단 전속 작곡가로 활동 중인 우효원이 맡았다.

대중의 뇌리에 이름 석 자를 새긴 이후 고영열은 그야말로 광폭행보다. 그는 “‘팬텀싱어3’ 이후 라비던스로 활동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를 하면서 음악의 폭이 넓어졌고, 음악의 폭이 넓어진 만큼 목소리도 깊어졌고, 몸도 좀 불었어요. (웃음)”

지난 1년 사이엔 가장 바쁜 소리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경일을 기념하는 공연이나 행사엔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지난 삼일절엔 국립합창단과 백범 김구 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 창작 칸타타 ‘나의 나라’ 무대에 올랐고, 지난 4월 상해임시정부수립일에도 이 곡으로 축하 무대에 섰다. 최근엔 ‘독립 영웅’ 홍범도 장군의 활약상을 담은 구전가요 ‘날으는 홍범도가’를 불러, 유해 안장식에도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제겐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에요. 소리를 하면서 역사적인 날들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음악을 하길 잘했다고 느껴요.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우리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고영열은 그의 모든 정체성을 ‘소리꾼’에 둔다. 오랜 시간 흔들림 없이 걸어온 길엔 소리꾼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진심과 자부심이 담겼다.

“전 국악인이에요. 지금도 국악을 하고 있고, 국악인으로의 길을 걸을 거예요. 다양한 장르를 하고 있지만, 소리꾼으로 노래를 하고 있는 거고, 또 국악인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어요. 사실 국악인들 모두 단순히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 공부한 국악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게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격변하는 21세기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크로스오버하고 있고요.”

‘고민의 길’에는 끝이 없다. 그는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며 “가야할 길이 멀고, 올라야 할 산이 다”고 높다”고 말한다. “더 많은 틀을 깨면서, 대중음악과 가까이에 있는 한국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의 국악은 옛 음악으로 치부되지만, 몇 백 년 전엔 이게 대중음악이고 가장 힙했던 음악이거든요. 답답하고 즐길 수 없는 음악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즐기는 음악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국악이 대중음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더하고 싶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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