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테니스협회 60억 빚더미 방치..법원, 초유의 사무실 압류 사태

김경무 2021. 9. 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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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안에 자리잡고 있는 대한테니스협회 사무실

[스포츠서울|김경무전문기자]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을까?

정희균 회장 체제의 대한테니스협회가 전임 회장시절 발생한 60억원(원금 30억원+이자) 상당의 빚더미를 8개월 동안 방치하고 있다가, 법원으로부터 사무실을 압류 당하는 등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향후 행정마비는 물론 파산까지 우려된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14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 있는 대한테니스협회 사무실에 대해 집행관들을 보내 ‘채무 불이행’에 대한 경고 조치로 유동자산 압류조치를 단행했다. 정확한 법률적 용어는 ‘유체동산 강제집행’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이 14일 대한테니스협회 사무실에 붙인 빨간 딱지의 공시문
대한테니스협회에 대한 압류 집기와 물품 목록
테니스협회 관계자는 “오늘 오후 1시30분~2시 사이인가 동부지법에서 2명 정도 사람들이 찾아와 사무실 피시(PC), 책상, 의자, 전화기 등의 사진을 찍고 반출이 안 되도록 조치를 취했다. 과거처럼 물품이나 집기 하나 하나에 빨간 딱지를 붙인 게 아니라 사진을 찍고 공시문 하나를 붙이고 돌아갔다”고 압류 상황을 설명했다.
채권자인 미디어윌(회장 주원석)도 이런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동부지법은 절차에 따라 조만간 압류한 물품에 대한 경매 처분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미디어월은 테니스협회를 상대로 민사집행법 제70조에 있는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신청’도 추진중이다. 등재가 되면 테니스협회는 은행연합회에 통지돼 금융거래에 제약을 받게 된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집행관들이 14일 오후 대한테니스협회 사무실에 대해 압류 조치를 집행하고 있다. 미디어윌 제공
대한체육회측에 문의한 결과, 산하 회원종목단체가 채무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유동자산에 대해 이런 조치를 받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테니스협회는 이미 곽용운 전 회장시절, 미디어윌이 제기한 ‘30억원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1, 2심 모두 패하는 바람에 통장이 가압류됐고, 협회 재정적 운영에 엄청난 파행을 겪었다. 협회가 끝내 빚을 갚지 못하고 파산해 사고단체로 전락하면, 회장 등 집행부가 해산되고,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돼 정상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 미디어윌, 테니스협회 상대 30억원 대여금 반환소송은 왜?

테니스협회 파산 우려는 이미 지난 1월16일 제28대 회장 선거에 앞서 제기된 바 있다. 전말은 이렇다. 테니스협회는 제26대 주원홍 회장 시절인 지난 2015년 서울시 태릉 육군사관학교와 인근 구리시의 협조를 얻어 육사내 코트 리모델링 사업을 벌였다. 건립비는 주 회장 동생이 운영하는 미디어윌로부터 30억원을 빌려 충당했다. 그해말 실내 6면, 실외 24명으로 육사코트가 새롭게 탄생했다.

그런데 2016년 7월 말 27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문제가 터졌다. 국가권익위원회에 민원이 제기돼 주원홍 회장 체제의 테니스협회가 육사코트 건립과 관련해 대한체육회 특별감사를 받게 된 것이다. 민원의 내용은 육사코트의 운영수익으로는 기부채납 기간 동안 차입금을 미디어윌에 모두 변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결국 협회의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주 회장은 협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미디어윌이 육사코트를 위탁 운영하되, 미디어윌은 코트 운영수입으로 충당되지 않는 대여금은 협회로부터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만들었고, 이사회 의결까지 거쳤다.

하지만 그해 7월30일 회장선거에서 곽용운 후보가 주원홍 후보를 8표 차로 제치고 회장에 당선됨으로써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후 곽 회장 체제의 테니스협회는 미디어윌과 협회의 기존 협약서를 무시하고 협회가 직접 육사코트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미디어윌은 ‘30억원 대여금 반환소송’(민사)을 법원에 내기에 이르렀다.

미디어월에 따르며, 테니스협회가 상환해야 할 돈은 8월 말 현재 58억여원으로 이중 이자 일부는 변제됐으나 매월 이자만 4800만원씩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대한테니스협회 28대 회장선거 후보 토론회. 왼쪽부터 정희균(28대 회장), 김문일, 곽용운(27대 회장), 주원홍(26대 회장). 당시 대한테니스협회가 미디어윌에 지고 있는 차입금 30억원과 이자(30억원 상당) 해결방안이 주요 쟁점이었다. 사진 협회 제공

◇ 미디어윌 1, 2심 승소했지만...새 회장 해결 노력 안해

이후 4년간에 소송이 진행됐고 협회는 지난해 12월까지 1, 2심에서 모두 패소해 미디어윌로부터의 차입금 30억원과 눈덩이처럼 커진 이자(원금의 19%) 25억원, 그리고 소송비 1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등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처하게 됐다. 지난 1월 제28대 회장 선거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됐다. 주원홍, 곽용운 전·현 회장을 비롯해, 지난 4년간 협회 부회장을 정희균(54) 전북테니스협회 회장 등 4명이 출마했다.

그런데 당시 정희균 후보는 “차입금을 협회가 갚는 게 맞다. 원금만 가지고 미디어윌과 협상하겠다. 육사코트 문제는 주원홍 전 회장한테 원초적 책임이 있다”며 “내가 회장이 되면 협회가 가압류 당한 돈(16억원 안팎)을 미디어윌에 먼저 주고, 미디어윌이 원한다면 육사코트 운영권을 넘겨주고 코트 운영 수입을 통해 원금을 차감해나고, 나머지 돈은 협회가 분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식물협회 4년 이후...달라진 게 없다

이후 ‘협회 정상화’와 ‘테니스인들의 화합’을 내세운 정희균 후보가 압도적인 표(유효투표 190표 중 100표 획득)를 얻어 당선됐다. 그러나 정 회장은 협회 고위 임원으로 하여금 미디어윌과 접촉하게 해 ‘통큰 결단’만 요구했을 뿐, 회장 스스로 직접 미디어윌 회장과 접촉해 사태를 풀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미디어윌측의 설명이다.

주원홍 26대 회장은 당시 회장 선거 토론회에서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회장 선거에 나왔다. 내가 회장이 돼야 해결이 가능하다. 회장이 되면 주원석 미디어윌 회장과 상의해 협회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더 중요한 것은 현재 비어 있는 육사코트의 재개장이다. 이를 해결할 사람은 현재의 여건상 나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테니스인들은 당시 국무총리 동생이던 정희균 후보에 압도적인 표를 던졌다.

테니스협회는 홍보담당 직원이 최근 사표를 내는 등 직원들의 이탈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한편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저희도 테니스협회 운영이 제대로 되는지 등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며 “회장 사퇴 등 사안이 발생하면 체육회 관리단체지정심의위원원를 열어 관리단체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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