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본 허지웅 일침 "오래된 수통 우리 군대 닮아..속은 썩어"

한지수 2021. 9. 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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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사진|허지웅 SNS
`디피(D.P.)` 스틸컷. 제공|넷플릭스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D.P.’ 감상 후 군대의 현실을 지적하며 쓴소리를 남겼다.

14일 허지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 마지막회에서 조석봉(조현철 분)의 친구(문상훈 분)가 총기난사 전 남긴 한 마디인 "뭐라도 해야 하잖아요"라는 대사를 언급하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허지웅은 "드라마를 보면 수통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전쟁때 사용했던 수통을 지금도 쓰고 있고, 그 수통처럼 한국 군대는 변하지 않는다는 대사였다"고 한국 군대를 수통에 빗댔다. 이어 “저도 그 수통을 썼지만, 그걸 아직도 쓰고 있는 줄 몰랐다”면서 “오래 전 군대에서 수통을 볼 때마다, 이게 우리 군대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허지웅은 지휘관이 부대를 방문해 상태를 점검하는 '군대 사열'을 언급하며 "닦은 수통을 진열해 놓으면 그것만큼 예쁜게 없다. 반짝반짝 광이 난다"면서 "하지만 속은 썩어있다. 밝고 눈부시게 은빛으로 물들어있지만 속은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지웅은 “멀쩡해보이지만 정작 물을 담아 마실 수 없는 수통은 우리 군대와 참 많이 닮았다”며 지적했다. 허지웅은 당시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중요한 사열을 왜 할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허지웅은 또 청춘이 가장 빛을 발하는 시간에 “대다수 젊은이들이 납치를 당하듯 군대에 끌려 간다”며 “그 아깝고 숭고한 시간이 단지 허울좋은 겉치레로 낭비되지 않기를 빈다”고 바랐다. 아울러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갔다. 우리를 진급을 위한 소모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간 게 아니다”라는 말로 긴 글을 마무리지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 일에 생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희생한다는 말 참으로 많아 와 닿네요”, “군대도 안갔다왔는데 이글에 너무 공감가네요”, "닦으면 겉만 반짝거리는 수통, 마시지도 못하는 수통 비유가 딱이네요" 등 댓글로 허지웅의 문제 의식에 공감했다.

'D.P.(디피)’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의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한국 군대의 적나라한 현실을 담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다음은 허지웅 인스타그램 글 전문>

"뭐라도 해야 하잖아요."

드라마 D.P가 화제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수통 이야기가 나오지요.

한국전쟁때 사용했던 수통을 지금도 쓰고 있고,

그 수통처럼 한국 군대는 변하지 않는다는 대사였습니다.

저도 그 수통을 썼지만, 그걸 아직도 쓰고 있는 줄 몰랐어요.

오래 전 군대에서 수통을 볼 때마다, 이게 우리 군대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대에서는 때마다 사열이라는 걸 합니다.

높은 계급의 지휘관이 부대를 방문해 상태를 점검하는 건데요.

사열할 때가 되면 수통을 닦고 모포를 세탁하고 총기를 손질하고 바닥에 광을 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렇게 닦은 수통을 진열해놓으면 그것만큼 예쁜 게 없지요. 번쩍번쩍 광이 납니다.

하지만 속은 썩어있습니다. 밝고 눈부시게 은빛으로 물들어있지만 속은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습니다.

대체 이런 걸 왜 할까.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중요한 사열을 왜 할까. 지휘관은 이런 게 좋을까.

겉으로 열심히 광을 내서 멀쩡해보이지만 정작 물을 담아 마실 수 없는 수통은 우리 군대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

청춘이 가장 빛을 발하는 시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으로 충만한 시간.

바로 그때에 대한민국의 대다수 젊은이들이 납치를 당하듯 군대에 끌려 갑니다.

그리고 아무도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 일에 생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희생합니다.

그 아깝고 숭고한 시간이 단지 허울좋은 겉치례로 낭비되지 않기를 빕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갔습니다.

우리를 진급을 위한 소모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간 게 아닙니다.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한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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