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소액주주에 승리했지만 오너일가 도덕성 흠집(종합)

황덕현 기자 2021. 9. 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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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지연·고성 오가..주진우 회장 해임 면해
소액주주 "대선정국서 구조개혁 촉구할 것"..사측 "혁신 약속"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창동 롯데손해보험빌딩 강당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창주 사조산업 대표이사(단상 위 남성)가 소액주주연대 등과 검표 과정상 문제 등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사조산업 임시 주주총회가 주진우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다.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안건들은 모두 부결되거나 폐기됐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도덕성에 흠집이 생기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공정과 정의에 민감한 MZ세대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배당 등 주 회장에 대한 감시를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어서 운신의 폭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비상장 계열사 캐슬렉스서울과 캐슬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추진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캐슬렉스제주는 주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가 지분 95%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 때문에 합병할 경우 주 부사장은 이득을 보는 반면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비록 캐슬렉스제주 매각이 무산됐지만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주주행동에 나섰다.

◇이사회 제안대로 전부 '가결'…3%룰·소액주주 감사위원회 진입도 '무위'

사조산업은 14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감사위원회 구성 등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 이사회가 제안한 안건이 전부 가결됐다고 밝혔다. 변경 즉시 시행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에 따라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 선임하고자 했던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변경 정관에는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감사위원은 전원 사외이사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때문에 소액주주연대 측이 송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 감사위원회에 진입하려고 했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의안으로 상정된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이사회가 선임한 안영식 대성삼경회계법인 회계사가 의결권수 대비 54% 가량을 득표하며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함께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송 대표는 41% 가량 득표에 그치며 감사위원회 입성에 실패했다.

소액 주주 측은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의 해임 안건 등도 제안했으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주 회장 측에 밀려 부결됐다. 소액주주 측은 송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인 감사위원'에 선임될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이 통합 3%로 제한되는 상법, 이른바 '3%룰'을 활용해 주 회장의 해임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송 대표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건 폐기되며 투표는 3%룰에 적용받지 못하고 이뤄졌다.

이인우 사조그룹 식품총괄 부회장이 14일 서울 중구 남창동 롯데손해보험빌딩 강당에서 열린 사조산업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와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주총 시작에만 3시간 '긴장감'…사측 "더 투명·공정회사 만들 것, 기대를"

이날 임시주총은 소액주주연대 측이 사측이 받은 위임장에서 인증서류가 누락됐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3시간 가량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측은 "제대로 위임장을 확인하라. 소액주주도 오랜시간 사조산업 발전을 기대하고 응원해온 사조 가족인데, 사측에게 관대하고 소액주주에게는 엄격하다"고 지탄했다.

주총 시작 이후에도 소액주주 측은 사조산업의 그간 경영형태에 대해 꾸짖었다. 송 대표는 "(사실상 주 부회장의 회사인) 캐슬렉스제주는 회계결손금이 400억원대다. 인수시 주가를 못 올리게 하는 요소가 될 것인데, 이런 구습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년 대선에서 개혁적인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사조산업 구조개혁을 강하게 촉구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외이사를 역임한 '슈퍼개미'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도 "예전에는 오너가 회사를 끌고 갔지만 이제는 고객, 직원, 주주가 함께 하는 시대다"면서 "상장사를 개인 회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액주주 측은 2세 승계로 인해 기업가치를 훼손하지 말 것, 배당을 통해 주주와 성과를 공유할 것, 기업 IR과 투명 경영 등을 약속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인우 사조그룹 식품총괄 부회장은 소액주주들과 만나 "소액주주들의 뜻을 잘 듣고 있다. 앞으로 경영 혁신과 발전을 기대해 달라"고 설득했다.

이창주 사조산업 대표이사도 폐회하면서 "더 좋은 더 나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조산업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1시50분께 시작한 임시주총은 마지막 안건 투표 뒤 폐회까지 오후 3시50분까지 약 4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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